"두부 썰기·양파 껍질 벗기기 못 해" 대전 급식 또 파행 조짐

정치

이데일리,

2026년 4월 17일, 오전 07:53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지난해 급식 조리원들이 ‘노동 간소화’를 이유로 ‘사골, 덩어리 고기 삶기 금지’ ‘계란 깨기 금지’ 등을 요구하며 1년 가까운 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됐던 대전 지역에서 또다시 파행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학교 급식·돌봄 업무 등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돌입한 4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도시락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17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학교 급식 조리원들이 가입한 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전지부는 지난 13일 대전시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26개 요구 사항을 통보했다.

요구 사항에는 지난해 요구됐던 ‘덩어리 식재료 미취급’이 다시 포함됐다. 예를 들어 두부, 어묵, 김치, 고기, 미역 등을 미리 잘게 손질한 것을 식재료로 들여와 달란 뜻이다. 덩어리 식재료를 자르는 게 노동 강도를 높인다는 주장이다. 이에 실제 지난해 대전 지역에서는 미역 없는 미역국이 제공된 적도 있다.

또 ‘김치 포함 3찬(만 제공)’ ‘국그릇 같은 별도 용기 사용 거부’ 등도 요구 사항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5㎏ 이상 세제 취급 중지’ ‘10㎏ 이상 감자·양파 껍질을 벗기지 않겠다’는 내용도 있다. ‘양손 배식은 근골격계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기타 현장 상황에 따라 조리실무사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위협하는 업무에 대해선 학교로 추가 통보될 수 있다’는 추상적인 단서 조항도 내걸었다.

노조는 지난해 4월부터 당직실무원 정년 70세 연장, 조리원 배치기준 80명으로 하향, 조리공정 간소화 및 노동강도 완화, 상시근무자 자율연수 10일 보장, 방학중 비근무자 상시직 전환, 직종별 고유업무 외 업무지시 금지 등을 요구하며 급식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은 해를 넘겨 대전 10여개 학교가 급식 차질을 빚어왔다. 다양한 요구 사항이 거론되지만 핵심 쟁점으로는 임금 인상률과 각종 성과급, 교육 공무직 법제화 등이 꼽힌다.

지난 2월 교육공무직 기본급과 급식비, 명절휴가비 등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인상되며 일부 갈등이 해소돼 이번 신학기부터 급식 운영이 대체로 정상화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36개 학교 조합원 167명이 파업에 나서면서 관내 초·중·고 총 27개 학교가 정상 급식을 하지 못하고 빵과 우유, 도시락 등 대체식으로 전환했다.

앞서 노사는 돌봄 및 당직실무, 영양사 등 직종에 대한 교섭을 이어왔으나 급식실무사 직종 교섭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급식 조리원 파업은 전국적으로도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파업으로 급식 차질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지역은 전국에서 대전이 유일하다.

급식조리원 공백이 발생할 경우 대체인력도 투입할 수 없어 도시락 등을 지급하거나 보건증을 소지한 교직원이 급식을 맡아야 한다. 보다 못한 학부모들이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현행법상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이에 학교 급식실을 필수 공익 사업장으로 지정해 매년 반복되는 급식 파업 사태에서 학생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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