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잡고 굴 까는 여당대표, 반도체는 누가 챙기나 [생생확대경]

정치

이데일리,

2026년 4월 20일, 오전 06:01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새우잡이 및 청어잡이 조업, 굴 양식장에서 박신작업, 해조류 건조, 장 담그기, 포도농가 체험. TV 프로그램 ‘체험 삶의 현장’이 아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가 올해 직접 뛰어든 현장체험 목록이다.

현장에 ‘진심’인 정 대표는 허투루 일하지 않는다. 청어잡이 조업 때는 새벽 1시에 직접 배를 타 4시까지 일하고 5시에 어업인 차담회까지 했다. 참모진에서는 “정 대표가 현장에 너무 진심이라 보좌하기가 쉽지 않다”는 푸념도 나온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정 대표 일정은 1차 산업인 농림어업에 지나치게 몰려 있다. 1차 산업 체험형 현장 방문만 10건이 넘는다. 반면 반도체 등 제조업 또는 IT·서비스 산업을 이끄는 기업인이나 해당 직군 노동자와 마주 앉은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AI 토론회, AX 정책간담회, AI강국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했지만 행사에 얼굴을 비추고 인사말을 남긴 수준이었다.

재계와 만남도 적다. 올해 1월 여당 대표가 통상 참석하는 경제계·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를 제외하면 중동상황 대응 목적인 중기중앙회 간담회 2건, 광양제철소 관계자 만남이 전부다.

물론 지방선거를 앞두고 1차 산업 현장 체험이 표심을 다지기에 효과적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것은 무엇인지 봐야 한다.

한국은행 국민계정(2024년 기준)에 따르면 농림어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제조업은 26.6%, 서비스업은 57.5%다.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전자·광학기기 제조업 하나의 GDP 비중은 7.3%로 농림어업 전체의 5배다. 반도체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올해는 그 격차가 더욱 현격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국가데이터처 e-나라지표(2024년 기준)에 따르면 농림어업 종사자는 전체 취업자의 5.2%에 불과하다. 반면 제조업(광공업 포함)은 15.6%, 전기·운수·통신·금융업은 12.8%,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이 39.7%를 차지한다. 정 대표의 발길이 한국 경제·고용의 무게중심과 맞지 않다는 얘기다.

정부가 올해 편성한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국채 발행 없이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 대기업 법인세 호황 덕분이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57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보면 내년도 세수 역시 반도체 기업이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 새우잡이 어선이 아닌 반도체 공장이 나라 곳간을 채우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대선 출마 선언 직후 첫 외부 일정으로 AI 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 퓨리오사AI를 찾았다. 후보 확정 뒤 첫 현장 일정도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였다. “경제 성장의 주체는 기업”이라며 첨단 산업을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로 천명했다. 출마 선언과 후보 확정 직후 일정 두 개가 모두 반도체와 AI였다.

농림어업 외 산업에도 노동자가 많다. 중동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공급망 압박을 받는 수출 기업 현장에도 여당 대표가 들어야 할 목소리가 쌓여 있다. 반도체 기업을 찾아 규제 애로를 듣고 IT 노동자와 마주 앉는 일은 5극3특 등 국가균형발전 재원을 만드는 길과 맞닿아 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에서 해조류 건조 체험 외에도 해당 지역 기업인의 애로도 들어야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중동 전쟁 등으로 어려운 곳이 많다 보니 서민들을 주로 찾아뵙는 방향에 집중했다”며 “향후 반도체 등 제조업 현장 방문 계획도 있고 주요 공약이 발표되면 (농림어업 외에도)그에 맞는 방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늦었지만 방향은 맞다. 정 대표가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파고를 넘어야 한다”며 언급한 ‘정경밀착’이 말로 끝나면 안 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경북 영덕군 해역에서 청어 조업 현장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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