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과천청사 내 인사혁신처 역량평가센터 내부 모습이다. 화장실 앞에 면접 대기장소가 있어 동선상 면접위원들과 면접 후보자들이 마주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인사혁신처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2026.04.23.
"지금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더 나은 환경이 갖춰지면 출제의 완성도는 분명 한 단계 더 올라갈 겁니다."
지난 23일 경기 과천 국가고시센터에서 만난 관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국가공무원 시험의 출제와 검증이 이뤄지는 '채용의 심장부'는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과 시스템으로 높은 신뢰도를 유지해왔지만, 늘어난 수요와 변화한 환경에 맞춰 시스템 전반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05년 준공된 고시센터는 국가직과 지방직을 포함한 21종 시험, 221과목을 출제하는 핵심 시설이다. 지난해에만 4만1621명이 출제를 위해 이곳을 거쳐 갔고, 연간 280일 넘게 시설이 가동된다. 출제 과목과 문항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검증 절차 역시 강화되는 상황에서, 현장은 한정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촘촘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과천-세종 이원화 운영 비효율적…현장 "동선·업무 모두 부담"
정부과천청사 내 인사혁신처 역량평가센터 내부 모습이다. 화장실 앞에 면접 대기장소가 있어 동선상 면접위원들과 면접 후보자들이 마주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인사혁신처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2026.04.23.
현재 공무원 채용 관련 시설은 과천과 세종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인사혁신처 본부는 세종에 있지만, 출제 기능은 과천에 남아 있고 면접과 역량평가, 채점 기능 역시 여러 시설에 분산돼 있다.
이 같은 구조는 현장에서 체감하는 비효율로 이어진다. 인사처 직원들은 업무에 따라 과천과 세종을 오가는 일이 잦고, 채용 과정 전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데에도 제약이 따른다.
한 관계자는 "출제, 면접, 채점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다 보니 동선과 시간 모두 부담이 된다"며 "대부분 세종청사에서 근무하다 보니 과천을 오가는 과정 자체가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면접 장소 내부 모습이다. 면접실은 당초 기숙사로 쓰였으나 장소가 협소해 급하게 면접 장소로 개조한 것이라고 한다.(인사혁신처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2026.04.23.
면접 운영 과정에서도 불편은 나타난다. 과천 국가인재개발원 분원에 마련된 면접시설은 여러 건물에 나뉘어 있어, 응시자가 대기 장소에서 버스를 타고 면접장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보안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동선 관리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지만,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면접관과 응시자가 동선상 마주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시설 노후화로 인해 빗물에 면접장 천장에서 물이 새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현장에서는 채용 전 과정을 한 공간에서 수행할 수 있는 통합형 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관계자들은 "기능이 한곳에 모이면 업무 효율뿐 아니라 응시자 편의성도 함께 개선될 것"이라며 "이원화된 구조를 해소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방향"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설 노후화·공간 포화…선정위원 확보에도 영향
정부과천청사 국가고시센터 내부의 모습이다. 위원들이 합숙 출제를 하는 곳으로, 국가보안시설 '다'급에 해당한다. 외부를 볼 수 없을 만큼 건물 내 창문 전체가 다 반투명지로 붙어져 있고, 자물쇠로 잠겨 있을 만큼 보안이 엄격하다. (인사혁신처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공무원 시험 출제는 문제은행을 기반으로 한 다단계 검증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출제위원들이 사전에 문제를 만들어서 제출하면 인사처에서 이를 축적한 문제은행을 구축하고, 이후 선정위원이 합숙하면서 시험에 적합한 문제를 선별·보완한다. 이어 재검토요원이 수험생 관점에서 난이도와 오류를 점검하고, 모의 테스트와 교정을 거쳐 최종 시험지가 완성된다.
이 과정의 핵심은 국가고시센터 내 합숙 출제다. 선정위원과 재검토요원 등은 외부와 차단된 국가보안시설에서 2주 이상 합숙하며 문제 선정과 검증 작업을 수행한다. 시험의 공정성과 보안을 담보하는 핵심 장치다.
다만 늘어난 출제 수요와 비교해 시설 여건은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제 과목은 2010년 170과목에서 2025년 221과목으로 증가했고, 문항 수도 크게 늘었다. 검증 절차가 강화되면서 참여 인원과 작업 단계도 확대됐지만, 공간은 제한적이다.
현장에서는 객실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1인실을 2~3인실로 활용하고, 가용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문제 선정과 검증을 위한 공간이 부족해 로비나 식당을 임시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합숙하러 온 위원들이 묵는 다인실 숙소다. 마찬가지로 밖을 볼 수 없게 창문엔 반투명지가 붙어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 같은 환경은 선정위원 확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정위원은 주로 해당 분야의 대학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되는데, 일정 기간 합숙하며 고강도의 검증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특성상 환경 요인이 참여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편의시설 역시 포화 상태에 가깝다. 장기간 체류를 고려해 마련된 체력단련시설 등은 공간이 협소해 추가 장비를 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계자들은 "헬스장이나 탁구장 등 편의시설도 합숙 기간이 되면 대부분 포화 상태가 된다"며 "현재도 철저한 보안 속에서 출제는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환경 개선이 이뤄지면 운영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국가채용센터'로 통합…공공채용 허브로 도약
인사혁신처에서 세종시 오송역 인근에 건립을 추진 중인 가칭 '국가채용센터' 설립 구상도다.(인사혁신처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것이 세종 '국가채용센터' 건립 사업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 6-1생활권에 들어설 예정인 센터는 부지 약 3만㎡, 연면적 약 3만1000㎡ 규모로 조성되며, 총사업비는 약 1387억 원이 투입된다. 지난해부터 사업이 본격화돼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 건립되는 센터는 출제, 면접, 채점, 역량평가를 한곳에 모은 통합형 시설로 설계된다. 분산된 채용 기능을 집약해 '원스톱 채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채용 과정 전반의 일관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출제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전용 공간 확대와 보안 체계 강화로 출제위원들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시험의 품질과 신뢰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오송역과도 가까워 인사처 직원과 합숙 위원들, 응시자까지 모두 편리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현장에서도 기대감이 감지된다. 인사처는 "새 센터가 건립되면 대한민국 모든 공공부문의 채용을 지원하는 '인재채용의 허브'로 발돋움 할 것"이라며 "면접시험과 역량평가까지 통합 운영되면 응시자들의 편의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immun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