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감사원 모습. 2026.2.3 © 뉴스1 오대일 기자
국세청이 사무장병원 등 불법 의료기관 관련 과세자료를 확보하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수백억 원대 부가가치세가 징수되지 못했거나 징수 차질이 우려된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세무조사 대상 선정 과정의 오류와 부채 사후관리 부실 등 세원 관리 전반의 허점도 드러났다.
감사원이 27일 공개한 국세청 정기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세청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의료법·약사법 위반 기관 명단을 매년 받아왔지만 이를 과세자료로 전환하거나 활용하는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미 부과제척기간이 지나 부가가치세 267억 원이 징수되지 못했으며, 과세자료 미활용으로 추가로 310억 원 규모의 세금 징수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죄 확정 전 제척기간이 경과해 36억 원이 징수되지 못한 사례까지 포함하면 총 613억 원 규모다.
감사원은 "과세자료를 확보하고도 적시에 활용하지 못해 세수가 누락됐다"며 국세청에 자료 관리·활용 체계를 강화하고, 부당하게 부가세를 면제받은 의료법 위반자에 대한 추징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세무조사 대상 선정 과정에서도 다수의 문제가 확인됐다. 국세청은 법인 성실도 평가 과정에서 일부 항목 점수를 누락하는 오류를 범했고, 이로 인해 총 120개 법인이 실제보다 낮은 평가를 받아 세무조사 대상으로 잘못 선정됐다.
지방국세청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됐다. 본청 지침을 따르지 않거나 단순 업무 착오·소홀로 개인사업자 64명이 부당하게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되거나 제외된 사실이 확인됐다. 일부는 탈루 혐의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단순 명단 순으로 대상자를 선정하는 등 기본 절차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성실도 평가 제도 자체의 설계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감사원은 신고 성실도와 직접 관련성이 낮은 항목이 평가 기준에 포함되면서 납세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0~2022년 평가 과정에서 1615개 법인이 이러한 구조적 문제로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과거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경우 이후 불성실 신고를 하더라도 그 영향이 일부 상쇄되는 구조 역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채 사후관리 부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세청은 상속·증여 과정에서 발생한 개인 간 부채를 사후 점검하는 과정에서 장기 부채를 충분히 관리하지 않았고, 형식적인 점검에 그치면서 과세를 놓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그 결과 소득세와 증여세, 상속세 등 총 72억 원이 부과되지 못했다.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서도 허술한 검증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가족 간 부동산·주식 거래에서 매매대금 대부분을 무이자 대여 형태로 처리하는 등 경제적 합리성이 떨어지는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상적인 양도 거래로 인정한 사례 22건을 적발했다. 해당 거래 규모는 817억 원에 달한다.
감사원은 이 같은 문제를 종합해 국세청에 총 23건의 조치를 요구했다. 세무조사 대상 선정 기준과 성실도 평가 제도 개선, 부채 사후관리 강화, 과세 누락분 징수 방안 마련 등이 포함됐다.
감사원은 "세무조사 대상 선정의 공정성과 세원 관리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mmun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