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엿새째인 3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인양 준비 작업 도중 국과수 관계자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5.1.3 © 뉴스1 이승현 기자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유해가 부실하게 수습된 것은 관련 매뉴얼이 없는 상황에서 소방·경찰의 미흡한 현장 지휘·감독에 따른 것이라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가 규정과 매뉴얼을 위반해 유해가 포함된 잔해물을 1년 넘게 방치한 사실도 확인됐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2·29 여객기 참사 희생자 유해 부실 수습 경위 점검 결과'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앞서 2024년 12월 29일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를 이탈해 콘크리트 구조물에 충돌하는 사고로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사망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2일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사고 초기 유해 수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위와 이후 유해가 1년 넘게 방치된 과정 전반을 규명하기 위해 이뤄졌다.
점검단은 지난달 23일부터 약 한 달간 항철위와 국토교통부·전남경찰청·소방청·전남소방본부·군 부대 등을 대상으로 집중 점검을 진행했다.
점검 결과…사고수습·수색종료판단·잔해물관리 등 '부실'
12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잔해물 보관 창고에서 179명이 숨진 제주항공 참사 사고기 잔해물 관련 재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2.12 © 뉴스1 박지현 기자
점검 결과, 사고 초기 수습 단계부터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 항공기 사고 수색·수습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는 상태에서 소방과 경찰이 현장을 총괄했지만, 지휘·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유해가 완전히 수습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참여 기관들은 합리적 기준 없이 임의로 수색 구역을 나눠 작업했고, 경험이 부족한 인력이 다수 투입됐음에도 별도의 교육이나 지침도 제공되지 않았다.
수색 종료 판단 과정에서도 부실이 이어졌다. 전남소방본부는 사고 현장에서 유해가 계속 발견되는 상황에서도 1차 수색 종료를 결정했고, 이후 수색을 맡은 전남경찰청 역시 추가 유해 발견 사실을 인지하고도 추가 수색 필요성을 검토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다수의 유해가 현장에 남겨진 채 장기간 방치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사고 이후 잔해물 관리 단계에서도 문제는 반복됐다. 항철위는 유해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는 잔해물을 수거하면서 혼입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후속 조사·관리 계획도 수립하지 않았다. 그 결과 유해가 포함된 잔해물은 톤백마대 등에 담긴 채 약 14개월 동안 사실상 방치됐다.
20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김유진 유가협 대표가 179명의 희생자들의 유류품이 보관된 장소에서 주저 앉아 눈물 흘리고 있다. 2026.3.20 © 뉴스1 박지현 기자
보관 방식 역시 규정을 위반했다. 항철위는 잔해물을 격납고 등 지정된 장소가 아닌 무안공항 아스팔트 위에 방수포와 차양막만 덮은 상태로 장기간 야적했다. 이 과정에서 비와 눈 등 외부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며 유실·변형 가능성까지 발생했다.
유가족 대응도 미흡했다. 항철위는 지난해 9~10월 유가족 측의 재수색 요청을 전달받고도 잔해물 보관 해제나 추가 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후 국회 국정조사 현장 점검 과정에서 우연히 추가 잔해를 발견하고도 체계적인 추가 수색 없이 일부만 수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발견 상태 기록이나 사진 촬영 등 기본적인 절차도 지켜지지 않았다.
후속조치…공직자 12명 문책·기관 권한 침해 시정조치 요구
13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유해와 유류품을 찾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전면 재수색이 이뤄지고 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4.13 © 뉴스1 이승현 기자
점검단은 이러한 부실 대응과 관련해 공직자 12명에 대해 문책 등 엄정 조치를 요구할 방침이다. 기관별로는 경찰 1명, 소방 1명, 항철위 6명, 국토교통부 4명 등이다. 다만 현장 실무 인력의 외상 후 스트레스 등을 고려해 지휘·감독 책임자 중심으로 책임을 묻기로 했다.
아울러 점검단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매뉴얼 부재와 협업 체계 미비로 보고, 소방청 등 관계기관에 항공기 사고 수색·수습 관련 세부 지침을 조속히 마련하도록 요구했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국토교통부가 항철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정황도 확인됐다. 국토부는 법 취지와 달리 항철위를 중앙사고수습본부 예하에 편제하고, 언론·국회 대응을 이유로 불필요한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점검단은 이에 대해서도 관련자 문책과 함께 매뉴얼 개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점검단은 "이번 조사는 사고 원인 규명이 아니라 유해 장기간 미수습 경위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뒤늦은 유해 수습으로 고통을 겪은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6일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전남경찰청 등이 합동으로 진행한 제주항공 사고기 기체잔해물 재분류작업에서 인골 추정 유해가 발견된 모습.(유가족협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2.26 © 뉴스1 박지현 기자
immun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