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李대통령의 실용주의와 민주당의 '집토끼'

정치

뉴스1,

2026년 5월 03일, 오전 11:38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4.30 © 뉴스1 이재명 기자

최근 '친명'(친이재명)계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 A 의원과 점심 식사를 했다. 동석자 중 한 명이 A 의원에게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우클릭'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A 의원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 대통령은 변한 게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과거'를 언급하며 부연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 됐을 때 다들 뭐라고 했나요? '극좌'라고 했지요. 그런데 시장 임기를 마쳤을 땐 어땠나요? 보수 성향의 지역민들까지 그를 지지했어요. 이 대통령은 원래부터 진보 의제와 이념만 좇아 정책을 구상하지 않았어요.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3대 무상복지' 등 진보적인 정책에 중점을 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판교 테크노밸리 등 한국판 실리콘밸리 조성을 위한 '창조 경제'도 도모했다. 경기도지사 당시엔 '청정계곡 복원' 사업을 시행했다. 일부 반발이 있었지만, 진보와 보수 가리지 않고 대다수의 지역민들이 호응하며 환영한 행정이었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취임 후 실용주의를 강화한 것은 분명하다. 이 대통령이 최근 "자기만 살겠다고 한다"며 사실상 삼성전자 노조를 질타한 것이나 "'친기업은 반노동'이라는 이분법은 깨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같은 실용주의 기조의 연상선상에서 나온 발언으로 해석된다.

민주당도 이 대통령의 기조에 따라 실용주의를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 정청래 대표는 선거 운동이 본격화한 지난달 초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찾아 기업의 애로를 청취했다. 6·3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격전지 광역단체장 후보로 나서는 B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추구한다는 이미지를 부각해야 한다"며 "'내란'이나 '특검'을 내세우면 오히려 선거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기조가 모든 사안에 있어 당과 일체감을 형성하고 있진 않다. 쟁점이 큰 사안에 있어선 당과 청와대 사이에 종종 긴장감이 감돌기 때문이다. 지난 2~3월 검찰개혁에 대한 쟁점을 두고는 당과 청와대는 정면충돌했다. 민주당은 청와대의 실용주의를 따르면서도 집토끼인 강성 당원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쟁점을 눈앞에 두면 청와대와 차별화하는 선택을 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는 오는 지방선거 이후 치러질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선명성과 노선 경쟁에 불이 붙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공천에서 친청(친정청래)계가 약진하며 친명(친이재명)과 친청 등 계파 구도가 드러난 것은 그 전초전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금의 여론조사대로 다음 달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해도, 당내 노선과 계파 갈등의 뇌관은 여전히 존재할 전망이다. 특히 당은 전당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집토끼를 위한 이념적 노선이냐, 이 대통령의 신흥 지지층인 '뉴이재명'까지 고려한 실용적 노선이냐를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놓일 수 있다.

민주당은 이제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견지해 온 실용주의 노선을 당의 중심 축으로 삼아 외연 확장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기존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이념적 선명성을 강화할 것인지 방향을 정해야 하는 시기에 직면할 것이다. 이 선택을 미루거나 어정쩡하게 병행할 경우, 전당대회 국면을 거치며 지지층 분화와 계파 갈등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때가 바로 민주당의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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