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여수 영아살해 사건 선고를 앞두고 광주지법 순천지원 앞에 추모화환이 늘어서 있다. 2026.4.23 © 뉴스1 김성준 기자
올해 가장 가슴 아팠던 뉴스는 '해든이 사건'이었다. 친모가 생후 4개월 된 아들 해든이(가명)를 최소 19차례 폭행하고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다. 해든이 아버지는 아내의 학대를 방임하다가 아들이 응급 이송돼 사경을 헤매는 날 성매매를 했다.
해든이가 세상을 떠나고 한 달 뒤인 지난해 11월, 필자의 아내가 딸아이를 출산했던 터라 사건에 더욱 감정이입했다. 한 방송사가 일부 공개한 학대 영상은 잔혹한 장면을 배제한 편집 본임에도 내 아이의 고통처럼 느껴져 끔찍했다.
檢보완수사 후 아동학대 치사→아동학대 살해 변경
경찰은 원래 사건 피의자인 친모를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보완 수사를 거쳐 아동학대 '살해' 혐의로 변경해 친모를 기소했다. 미필적 고의까지 포함해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되면 아동학대 살해 죄로 처벌된다. 아동학대 살해 죄(무기 징역 또는 7년 이상 징역)가 아동학대 치사죄(무기 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보다 형량이 무겁다.
검찰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홈캠 파일 약 4800개의 영상과 음성을 확보한 뒤 분석하며 가해자의 일상적 학대와 피해자의 신체 손상 등 진상을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해든이 부친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 1부(부장판사 김용규)는 지난달 23일 해든이 친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친부는 징역 4년6개월에 처해졌다.
국회에서도 범여권을 중심으로 해든이 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전현희·서영교·노종면·김문수·추미애 의원,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무소속 최혁진 의원 등 36명은 가해 부모에게 법정 최고형 선고를 요구하는 탄원서에 연명했다. 다들 해든이 사건을 보면서 내 아이의 일처럼 느끼고, 바쁜 선거철에도 탄원에 나섰을 것이다.
검찰개혁을 주도한 여권 의원들도 이 사건에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그런데, 검찰이 보완수사로 사건의 실체에 다가섰다는 점을 언급하면 표정이 바뀌었다. 민주당 A 의원은 "이번엔 보완수사권을 폐지한 뒤 추후 필요성이 제기되면 그때 가서 논의하면 된다"고 했다. 법조인 출신의 B 의원은 "보완수사권의 효과를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국민이 보완수사권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검찰권 남용 제한해야 하지만…급격한 개혁 우려도
민주당이 주축이 돼 추진한 국정조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 당시 '정적'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검찰의 수사에 위법적인 정황이 있음이 속속 드러났다. 검찰 내부에서도 "국정조사의 당위성과 별개로 일부 무리한 수사가 있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권을 남용했으면 제한받아야 옳다. 국민이 검찰개혁에 공감하는 것도 진지하게 살필 대목이다.
그러나 여당 강경파가 폐지를 주장하는 보완수사는 다소 결이 다른 쟁점 사안이다. 보완수사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검토하다가 미흡한 부분을 말 그대로 보완하며 수사하는 것이다. 제한적인 범위 내의 수사권이다. 검경 협업으로 최선의 법리를 적용해 기소하는 과정이다. 보완수사 과정에서 별건 수사가 발생하는 것이 문제라면 별건 수사를 엄격히 금지해 악용 가능성을 차단하면 된다.
검사는 법률가이면서 공소유지(재판)를 담당하기 때문에 피의자 수사 과정에서 어떤 혐의를 적용해야할지 등을 경찰보다 잘 알 수밖에 없는 위치다. 검경 중 어느 기관이 우월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서로 잘하는 분야가 각각 있다는 의미다. 해든이 사건 보완수사 사례처럼, 검경이 '공조'하면 분명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한국에 있는 국민 중 검찰의 가혹한 수사를 경험한 사람을 꼽으라면 이 대통령도 포함될 것이다. 윤석열 정권 당시 검찰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 대통령을 주범으로 엮기 위해 수사 검사가 형량 거래를 제안했다는 의혹까지 최근 불거진 상태다.
그런 이 대통령조차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검찰의 보완수사를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대통령이라고 검찰에 감정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 보완수사권까지 폐지됐을 때 수사 공백이나 혼선, 사건 암장 등 우려가 해소되지 않아 실용주의 차원에서 점진적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與일각, 보완수사권 폐지 군불…"충분한 논의 거쳐야"
여권 일각에선 보완수사관 폐지 논의를 위해 연구 용역을 진행하는 등 '군불 때기'를 시작했다. 한 달도 안 남은 6·3 선거 전후로 당과 정부·청와대가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를 본격 논의할 것이다. 국가 형사 사법 체계에 중대한 변화를 주는 만큼 당과 정부·청와대는 격론을 벌여서라도 충분히 의견을 교환하길 바란다. 그 과정에서 온 국민의 공분을 산 '해든이 사건'을 한 번쯤 환기했으면 한다.
어린이날인 오늘, 하늘나라에 있는 해든이를 추모한다.
mrle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