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소비가 미덕인 시대"…내년 예산 '800조' 넘나

정치

뉴스1,

2026년 5월 12일, 오후 04:41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 겸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5.12 © 뉴스1 허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내년도 예산안을 확장재정 기조로 편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도체 호황으로 막대한 법인세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도 예산 규모가 대폭 확대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1회 국무회의 겸 제8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통해 국민경제의 대도약 발판을 닦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되겠다"라며 "이런 기조를 바탕으로 하반기 경제성장 전략 수립과 내년도 예산 편성에 임해달라"고 말했다.

정부가 2027년도 예산안 편성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이 대통령이 편성 지침을 직접 주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위기다. 이런 위기 시대에는 아끼는 것도 중요한데 오히려 국가의 역량을 키우는 데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며 적극적인 재정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재정의 적극적이고 전략적 운영이 민생 경제의 실질적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연구 결과로 확인됐다"며 "지난해 지급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지역 소상공인 매출을 소비쿠폰 100만 원당 추가로 43만 원가량 늘리는 효과를 거뒀다고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호실적으로 법인세 등 세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같은 재원을 국가 채무를 관리하는 데 쓰기보다는 소비 진작과 경기 활성화를 위한 투자에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한때 절약이 미덕일 때가 있었다. 지금은 소비가 미덕인 시대다. 돈이 안 돌아서 문제인 사회가 됐다"며 "이럴 때는 투자를 통해 경제가 순환하게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적극적 재정을 통해 내수를 활성화하고 경제성장률과 국내총생산(GDP) 자체를 높이면 분모가 커져서 국가 부채 비율은 오히려 떨어진다"라며 "특히 이 과정을 통해 잠재성장률과 생산성이 제고되면 세입 기반도 확대되고, 또 부채 비율은 장기적으로 낮아져서 경제의 성장판이 더욱 두터워지는 선순환 구조를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긴축 재정에 대해서는 "국가 채무를 명분으로 들고 있는데 사실상 민생 고통을 수수방관하라는 무책임한 목소리"라며 "국민의 눈을 속이는 포퓰리즘적인 긴축 재정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확장 재정 기조를 주문함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 대비 대폭 증액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본예산(728조 원)이 전년 대비 약 8% 증액된 규모라는 점을 고려하면 같은 증가율을 적용하더라도 내년도 예산안은 786조 원에 이른다. 올해 본예산 대비 10% 증액된다면 800조 원을 웃돌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이 대통령은 확장 재정을 주문하면서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단순 예산 총액을 늘리기보다 필요한 사업을 위주로 예산안을 설계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예산 총액을 늘리는 것도 중요한데 효율성을 높이려면 총액을 늘리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있다"며 "예산이라는 게 한 번 시작하면 이해관계가 생겨서 없애기가 너무 어렵다. 실제로 없애기가 어려운데 세상도 많이 변했고, 소위 저효율 사업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효율이 90% 나는 사업을 정리하고 효율이 100% 나는 사업을, 그 돈으로 하면 예산이 10% 늘어난 것과 똑같은 효과가 있다"며 "기회는 올해 밖에 없다. 평가가 쉽지는 않지만 과감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금년에 재정지출의 15%, 의무 지출의 10%, 감액 사업 10% 폐지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며 각 부처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이 소비쿠폰 효과를 예로 들며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주문함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사업 예산이 담길지도 주목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1일 인공지능(AI)·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발생하는 초과 이윤(초과 세수)을 국민에게 환원하는 '국민배당금' 구상을 제안하기도 해 이 대통령의 오랜 정책 구상인 '기본소득'이 예산안에 반영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 정책실장은 '국민배당금'이라고 칭한 초과세수 활용 프로그램의 예시로 △청년 창업 자산 △농어촌 기본소득 △예술인 지원 △노령연금 강화 △AI 시대 전환 교육 계좌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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