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과 김용범 정책실장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 겸 국무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5.12 © 뉴스1 허경 기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제안한 '국민배당금' 제안에 증시가 출렁이자 청와대가 '개인 의견'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인공지능(AI)·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코스피가 연일 고공행진 하는 가운데 국민배당금 이슈가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언론 공지를 통해 김 정책실장의 페이스북 메시지와 관련 "정책실장이 소셜미디어에 게재한 내용은 청와대 내부 논의나 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 정책실장은 전날(11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AI 시대 반도체 호황이 단순 경기 회복을 넘어 구조적 초과이윤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를 국민과 나누는 '국민배당금' 구상을 제시했다.
김 정책실장은 "AI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산업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 인프라다. 그리고 그 인프라 전환의 중심에 한국이 있다"라는 가설을 전제하며 "한국은 더 이상 전통적 의미의 순환형 수출경제로 움직이지 않는다. 구조적 희소성과 지속적 초과이윤을 기반으로 한 '기술독점경제에 가까운 구조'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지만 현재의 AI 산업 발전이 계속된다면 지금과 같은 호황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거란 전망이다.
이같은 전제로 김 정책실장은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다"며 "그렇다면 그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기업의 초과 이윤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초과세수로 국민배당금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부의 분배를 실현하자는 게 김 정책실장의 주장이다.
김 정책실장은 '국민배당금'이라고 칭한 초과세수 활용 프로그램의 예시로 △청년 창업 자산 △농어촌 기본소득 △예술인 지원 △노령연금 강화 △AI 시대 전환 교육 계좌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 정책실장의 이같은 구상은 AI·반도체 및 이와 연관된 제반산업이 꾸준히 성장할 경우 세수 역시 확대되고, 이를 통한 초과세수를 국민배당금으로 활용하자는 제언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AI 산업 확장에 따른 노동수요와 소득 감소를 이재명 대통령의 오랜 구상인 '기본소득'으로 메우는 장기적 거대 담론과도 연결돼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같은 메시지가 개별 기업의 성과를 추가로 재분배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되며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사상 최초 8000 돌파를 바라보던 코스피 지수는 이날 179.09포인트 하락한 7643.15로 장을 마감했는데 김 정책실장의 발언이 주요 원인이라는 시장의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 등 일부 외신도 김 정책실장의 메시지를 타전했다. 블룸버그는 국민배당금 제안에 대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들이 AI 인프라 붐으로 막대한 수혜를 누리면서 그 과실을 사회적으로 재분배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국민배당금 제안의 파장이 확대되자 청와대는 '개인 의견'이라며 급하게 진화에 나섰다. 김 정책실장의 발언에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등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79.09포인트(2.29%) 내린 7643.15, 코스닥은 28.05포인트(2.32%) 내린 1179.29에 장을 마쳤다. 2026.5.12 © 뉴스1 임세영 기자
야권에서는 김 정책실장의 발언을 두고 비판을 쏟아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드디어 공산당 본색이 드러났다"며 "내가 노력해서 번 돈을 정부가 가져가서 나눠준다면 그게 바로 공산주의 배급 경제"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혼자만 잘 먹고 살지 말고 사단에 돈 좀 싸게싸게 내라고' 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야인시대 우미관식 정치"라며 "기업이 구성원에게 성과를 나누고 주주에게 배당하고 국가가 법률로 정한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는 것. 그 이상의 '사회적 책임'을 정부가 강제하려는 시도, 이것이 바로 반기업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김 정책실장이 국민배당금의 재원으로 지목한 초과이윤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정책실장은 초과세수를 의미하는 거라고 해명했지만 초과세수는 사용처가 정해져 있어 법을 고치지 않는 이상 국민 배당금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일반회계 결산 이후 남은 초과세수는 의무적으로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공적자금 상환기금 출연, 국가채무 상환에 쓰여야 한다.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고 남은 세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고, 추경 편성을 안 한다면 자동적으로 다음 연도 세입으로 넘어간다.
hanantwa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