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 책임 전가한 택배사들 30억 과징금…쿠팡 7.6억 최다

정치

이데일리,

2026년 5월 18일, 오후 07:04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국내 주요 택배사들이 물류센터, 택배기사 등에게 안전사고 책임을 일방적으로 떠넘기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총 3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특히 시장점유율 1위 쿠팡은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많은 7억 6000만원 상당의 과징금 제재를 받게 됐다.

쿠팡 배송차량. (사진=김지우 기자)
공정위는 18일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로젠 5개 택배사업자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0억 78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업체별 세부 과징금은 쿠팡로지틱스서비스(이하 쿠팡)가 7억 59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진(6억 9600만원), 롯데글로벌로지스(6억 3300만원), CJ대한통운(6억 1200만원), 로젠(3억 7800만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택배사의 가혹한 하도급 거래 관행이 택배 노동자들의 온열질환과 안전사고를 유발한다는 사회적 비판에서 시작됐다. 냉난방 시설이 미비한 환경에서 고강도 노동으로 인한 산재 사고가 끊이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는 커졌다. 특히 쿠팡에서만 지난해 한 해 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노동 환경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작년 8월 공정위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가 합동 현장 점검에 나서며 이번 전수조사가 시작됐다.

조사 결과 이들 택배사는 2021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영업점이나 화물운송업자에게 용역을 위탁하면서 하청업체의 목줄을 죄는 ‘독소 조항’을 무더기로 설정했다. 적발된 특약은 원사업자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경영 리스크와 민·형사상 책임을 힘없는 물류센터, 택배기사에게 통째로 떠넘기는 구조였다.

구체적으로 택배 배송이나 물류센터 운영 중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원사업자의 과실 여부를 묻지 않고 모든 배상 책임을 하청업체가 지도록 못 박았다. 심지어 이로 인해 정부의 행정처분이 내려지거나 고소·고발을 당했을 때 들어가는 변호사 수임료와 정부 벌금·과태료까지 하청업체에 대납시켰다. 여기에 택배 기사들의 파업 등 노동쟁의로 발생한 모든 손실을 영업점에 배상하게 하거나, ‘택배사 이미지 실추’처럼 기준이 모호한 사유를 들어 소명 기회나 사전 예고도 없이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도록 대리점을 압박했다.

김동명 공정위 신산업하도급조사과장은 “택배사업자와 영업점 간 계약은 사업자의 비용이나 책임이 전가되는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택배 종사자들의 수입이나 업무 책임 범위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부당특약이 택배 종사자들에게 전반적인 압박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하도급 거래의 기본인 서면 발급 의무 위반 행위도 심각했다. 택배사들은 용역 위탁 시 수급사업자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계약 내용을 담은 서면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거나 뒤늦게 발급했다. 전체 위반 2055건 중 쿠팡이 1502건을 차지해 서면 미발급 행위가 가장 빈번했다. 조사 과정에서 계약서를 최장 761일이나 늦게 발급한 롯데글로벌로지스 사례도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들 5개사에 과징금 부과를 비롯해 향후 동일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명령을 내렸다. 이 중 심의일 기준 계약서 수정을 완료하지 못한 사업자들에게는 해당 부당 특약 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도록 명령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택배사들은 조사 및 심의 과정에서 문제된 특약 전부를 시정하거나 시정안을 제출하고 새로운 계약서로 변경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이미 신규 계약서 발급을 마쳤으며, 쿠팡 등 나머지 4개사는 의결서 송달일로부터 90일 이내 계약 체결을 완료해야 한다. 뒤늦게 계약서를 발급하던 관행을 없애기 위해 새로운 계약체결시스템 도입 등 준법 경영을 강화하기로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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