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정상, 원유·LNG 협력 확대…“중동 정세 불안 공동 대응”

정치

이데일리,

2026년 5월 19일, 오후 06:58

[이데일리 김유성 황병서 기자] 넉 달 만에 만난 한일 두 정상의 회담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19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자신이 받았던 환대에 답하듯 호텔 앞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직접 영접했다. 호텔 정문 양옆으로는 의장대가 도열해 다카이치 총리를 국빈에 준하는 예우로 맞았다.

이 대통령은 “소도시에 오셨는데 어제 뵈온 것 같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고 다카이치 총리는 환하게 웃으며 한국 측 환대에 답했다.

두 정상은 안동 시내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LNG와 원유 수급·비축 관련 정보 공유와 소통 채널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일·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한편, 민감한 과거사 문제는 양국 간 접점이 높은 분야부터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9일 정상회담장인 경북 안동 한 호텔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4개월 만에 재개된 한일 셔틀외교

이번 회담은 지난 1월 이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일본 나라현을 방문한 데 이어, 다카이치 총리가 이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을 찾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다카이치 총리와의 만남이 지난해 10월 그의 취임 이후 네 번째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번 나라에서 총리님과 저는 한일관계의 새로운 60년을 시작하는 힘찬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했다.

이를 반영하듯 청와대가 준비한 선물에도 한일 우호 관계를 기원하는 뜻이 담겼다. 공개된 선물은 안동 하회탈 목조각 액자, 조선통신사 세트, 백자 액자 등이었다. 하회탈 9종으로 구성된 안동 하회탈 목조각 액자에는 화합의 의미와 한일 우호 관계 발전을 기원하는 뜻이 담겼다. 조선통신사 세트는 홍삼과 한지 가죽 가방으로 구성됐고, 숙종 37년 조선통신사 행렬도를 활용한 포장으로 양국 교류의 역사성을 살렸다. 백자 액자에는 한일 양국에서 소망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달을 형상화한 달항아리를 담았다.

이 대통령은 “오늘 회담을 포함해 저와 다카이치 총리님은 지난 7개월 동안 무려 네 차례나 마주 앉았다”며 “이는 양국의 정상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필요할 때 만나 소통하는 셔틀외교가 완전히 정착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또 “한일 양국 정상이 서로의 고향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간 서울과 도쿄에 국한되었던 셔틀외교의 무대가 부산, 경주, 나라, 안동 등 여러 지방 도시로 확대된 것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경북 안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확대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동언론발표, 에너지·공급망 협력이 핵심

공동언론발표에서 양 정상은 중동 정세와 공급망·에너지 협력을 핵심 의제로 부각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중동 상황에서 비롯된 공급망과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성에 대해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조속히 회복되어야 한다는 점에도 뜻을 같이했다”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한일 양국이 긴밀히 공조해 공급망 위기를 겪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의 자원 공급망 협력도 심화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공감을 표하고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국은 핵심 에너지원인 LNG와 원유 분야의 협력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체결된 ‘LNG 수급협력 협약서’를 바탕으로 양국 간 LNG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원유 수급 및 비축과 관련한 정보공유와 소통 채널 또한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보 협력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이 대통령은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일·한미일 협력의 중요성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도 “중동정세를 비롯해 국제사회는 대단히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대통령님과 저의 리더십을 통해 양호한 일한관계의 기조를 꾸준히 발전시켜 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화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텔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9일 경북 안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는 실리, 과거사는 인도주의 우선

경제·기술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 우주 탐사, 바이오 협력이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양국이 AI 분야에서 가진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호혜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기반을 강화한다면 양국 기업과 국민이 ‘글로벌 AI 기본사회’를 선도하는 주역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우주 탐사와 바이오 등 첨단기술 분야 협력도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국민 안전 분야에서는 양국 경찰청 간에 체결된 ‘초국가 스캠범죄 공동 대응을 위한 협력각서’가 거론됐다. 양국은 AI 시대 개인정보보호 협력에 대해서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과거사 관련 인도주의 협력도 포함됐다. 이 대통령은 일본 조세이 탄광에서 발굴된 유해의 DNA 감정이 곧 시작된다며, 외교당국 간 실무협의를 통해 DNA 감정의 구체적 절차와 방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이 과거사 문제에 있어 인도주의적 사안부터 협력해 나가는 작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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