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률 정치부 차장 © 뉴스1
정치권에서 이제 협치(協治)라는 말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여야는 서로를 정치적 경쟁 상대가 아닌 제거해야 할 적으로 규정한다. 상대가 얼마나 위험하고 비윤리적인지 부각하고, 자신만이 이를 막아낼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선다.
선거를 앞두면 이런 적대적 공생관계는 더욱 극단으로 치닫는다. 한 석이라도 더 얻기 위해 거대 양당은 물론 군소정당까지 상대를 향해 "틀렸다"를 넘어 "사라져야 할 존재"라고 공격한다. 대한민국 정치가 오랜 시간 반복해 온 익숙한 풍경이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다르지 않다. 오히려 이전보다 수위는 더 거칠어졌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이라고 규정한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12·3 비상계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정치적 존칭조차 생략한 채 "독재", "사법 파괴", "대한민국의 미래가 무너지고 있다"는 표현을 쏟아낸다. 조국혁신당은 아예 '국민의힘 제로(0)'를 구호처럼 내세우고 있다.
물론 이런 언어는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여권 강성 지지층과 태극기 세력으로 상징되는 강경 보수층은 상대에 대한 분노 속에서 더욱 단단히 결집한다.
문제는 정치가 점점 지지층의 분노에만 기대 생존하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상대를 악마화할수록 지지층은 환호하고, 정치인은 더 강한 언어를 찾는다. 중도층 설득보다 분노의 동원이 더 손쉬운 정치가 된 셈이다.
국민 모두가 아직도 계엄이 끝나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이재명 대통령을 독재자로 인식하거나 국민의힘이 소멸해야 할 정당이라고 생각하는 국민 역시 다수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중도층 설득보다 강성 지지층 결집에 더 몰두한다. 상대를 악마화할수록 지지층은 환호하고, 정치인은 더 안전해지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점점 더 극단으로 향한다. 적이 있어야 존재 이유가 선명해지고, 적대가 클수록 지지층 결속도 쉬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의 한국 정치는 상대를 쓰러뜨려야 유지되는 구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문제는 이런 극단 정치 끝에 남는 것이 무엇인가다. 상대 당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타협과 설득의 공간이 먼저 무너진다. 그리고 그 비용은 결국 정치권이 아니라 국민이 치르게 된다.
jrki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