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고금리·고환율·고물가, 위기 아닌 도약의 마찰음”

정치

이데일리,

2026년 5월 25일, 오전 09:13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현재 한국 경제의 고금리·고물가·고환율 현상에 대해 “한국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라고 밝혔다. 이어 “위기의 전조가 아니라 도약의 마찰음”이라고 평가했다. 또 부동산 자금 쏠림 차단과 외환 보유액 확충 등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날 오전에 열린 중동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 실장은 지난 24일 SNS(사회연결망서비스)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실장은 시장과 여론이 고금리·고환율·고물가 현상을 바라보는 인식과 관련해 “혼란의 근원은 경제 자체가 아니라 경제를 바라보는 인식의 틀에 있다”며 “우리의 준거가 여전히 이전 시대에 고착돼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또 “오히려 장기간 저성장·저물가에 익숙해진 한국경제가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여기에 중동전쟁 발 물가 상승과 주요 선진국의 재정 불안이 가세하면서 고금리 환경이 한층 강화됐다”고 했다.

김 실장은 한 단계 도약하는 과정에서의 불가피한 현상을 위기 신호로 ‘오독’할 때 혼란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예로 환율을 꼽았다. 김 실장은 현재의 원화 약세는 외환위기 당시의 외화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올해 코스피가 70% 이상 급등한 가운데 막대한 평가 차익을 일부 회수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나타났고, 이 같은 환전 수요가 환율을 밀어 올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경제의 취약성이 아니라 성공이 만들어낸 역설적 현상”이라며 “지금은 환율 수준 자체보다 외화자금의 수급 흐름과 유동성 지표를 중심으로 상황을 판단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이어 “그렇다고 환율 상승을 수수방관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과도한 쏠림과 변동성은 적극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리 상승과 관련해 김 실장은 “유가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주요국 통화정책의 긴축적 전환 가능성, 성장률·물가 전망 상향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우리의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에 더해 성장 흐름도 견조하게 나타나면서 금리 상승 속도도 가팔라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금리 수준 자체보다 상승 속도와 변동성이라며, 고금리 현상이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 등에 집중되지 않게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실장은 물가의 경우 중동 정세가 장기화될수록 그 부담이 서민 생활로 이어진다고 했다. 이에 에너지 가격 안정 조치, 담합 등 불공정 시장구조 개혁, 취약계층 바우처 지원, 비축물량 탄력 조정 등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는 비상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했다.

김 실장은 부동산을 가장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영역으로 꼽았다. 그는 “명목성장률 상승, 자산시장 동조화, 입주물량 급감이 삼중으로 맞물리면서 집값 상승 압력이 다시 누적되고 있다”며 “자본이 고가 부동산으로 쏠릴 경우, 한국경제가 진입한 새로운 도약의 국면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급 확대는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고 부동산으로 자본 쏠림을 차단하는 구조적 수요관리 대책이 공급 정책과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대외건전성에 대한 인식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자산 가치가 내국인의 해외투자자산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순대외금융자산이 축소되고 있으며, 향후 글로벌 환경 변화나 자금 리밸런싱 과정에서 외환·금융시장 충격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외환보유액 확충과 유동성 안전판 구축이 필요하다며, 퇴직연금 활성화와 청년형 ISA 확대 등 내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을 높이는 정책이 대외건전성 관리의 핵심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실장은 “한국경제가 새로운 차원에 진입했다면 이를 바라보는 인식의 틀도 함께 진화해야 한다. 구시대의 문법으로 신시대를 해독하려 하면 보이는 것도 놓치고 대응도 어긋난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불안을 잠재우는 해설이 아니라 달라진 현실을 달라진 눈으로 직시하는 안목”이라고 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