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단순한 무기 도입이 아니라 조선·원자력·방산 기술을 총망라한 장기 국가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향후 국내 산업과 안보 전략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잠수함사령부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을 보고받았다. 국방부가 이날 공개한 기본계획은 한국이 핵추진잠수함 개발 방향을 대내외에 처음으로 공식 제시한 것이다.
국방부는 이번 사업을 ‘장보고 N사업’으로 명명했다. 대한민국 최초 잠수함인 장보고함의 정신을 계승한 차세대(Next generation) 잠수함이자, 핵추진(Nuclear powered), 첨단 신기술(Neo technology)을 집약한 전략 플랫폼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 잠수함사령부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군 안팎에선 북한이 핵추진잠수함 확보에 성공할 경우 기존 한미 감시망과 대잠 체계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디젤잠수함은 배터리 충전을 위해 주기적으로 부상하거나 ‘스노클링’을 해야 하지만, 핵추진잠수함은 원자로를 동력원으로 활용해 장기간 수중 잠항이 가능하다. 국방부 역시 핵추진잠수함이 “부상에 따른 노출 없이 장기간 수중 감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군은 핵추진잠수함을 기존 ‘3축 체계’와 연계해 ‘수중 킬체인’을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북한 잠수함의 기지 출항부터 이동, 발사 징후 식별까지 연속 감시·추적해 위협이 현실화되기 이전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를 통해 “수중 영역에서 작전적 우위를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핵추진잠수함은 단순히 탐지·추적 자산을 넘어 응징적 억제 전력으로도 활용된다. 국방부는 핵추진잠수함이 “최악의 상황에서도 우리 군의 핵심 대응 수단이 무력화되지 않고 계속 유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응징적 억제의 핵심 전력”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핵추진잠수함 개발 과정에서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우선 핵연료는 핵무기급 고농축우라늄(HEU)이 아닌 저농축우라늄(LEU)을 사용하기로 했다. 동시에 연료 교체를 최소화하는 장주기 운전 방식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잠수함 설계·건조·정비 전 과정을 국내에서 수행해 자립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도 명확히 했다. 이는 미국이나 영국처럼 원자로 핵심 모듈을 해외 의존 방식으로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형 독자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업 일정도 처음으로 구체화됐다. 정부는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30년대 후반 이후 전력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사실상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초장기 프로젝트라는 의미다.
실제 국방부는 이번 사업을 “조선·원자력·방산을 잇는 40년 장기 국가 산업 발전 프로젝트”라고 규정했다. 건조에만 10년 이상, 운용에는 3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참여 기업만 1800개 이상, 고급 기술 인력 일자리 4만개 이상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 잠수함사령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군 지도부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핵비확산 논란을 의식한 설명도 이어졌다. 국방부는 핵추진잠수함이 핵무기를 탑재하는 전략핵잠수함(SSBN)이 아니라 재래식 무기를 운용하는 공격형 핵추진잠수함(SSN)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한민국은 어떠한 형태의 핵무기도 보유하지 않으며 개발하지도 않겠다”고 명시했다.
특히 미국과 긴밀한 협력 아래 저농축우라늄 확보 및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공동으로 핵잠수함용 안전조치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핵추진잠수함 추진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비확산 우려를 최소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실제 사업 추진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핵연료 확보 문제를 비롯해 원자로 안전 규제 체계 구축, 방사성 폐기물 처리, 대규모 예산 확보, 지역사회 수용성 문제 등이 향후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핵추진잠수함 지원시설과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 부지 선정 과정에서 지역 갈등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핵잠의 건조 장소로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를 지목한 적이 있어 추가 협의가 필요할 가능성도 있다.
국방부는 “핵추진잠수함 사업이 대한민국 해양 안보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역사적 이정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모든 국가 역량을 결집하여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