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교육부 최초 승인 '첨단방위산업학과', 지역 방산혁신의 새 희망

정치

이데일리,

2026년 5월 29일, 오전 06:00

지난 5월 21일 필자는 전주에 위치한 전북대학교 첨단방위산업학과에서 ‘한국형 핵추진잠수함과 미래 해양방산’을 주제로 초빙 강의를 진행하고 돌아왔다. 전역 이후 전국 각지의 대학과 기관, 방산기업, 연구기관 등을 다니며 수많은 강연을 해왔지만, 정작 고향인 전북 지역에서 강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개인적으로도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교육부 최초 승인을 받은 첨단 방위산업 특성화 학과가 지역 산업 생태계와 연계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전북 지역은 그동안 타 지역에 비해 방위산업 기반 조성이 다소 늦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경남·창원 지역은 지상무기, 함정과 항공, 대전은 국방과학연구소와 연구개발 중심, 구미는 전자·미사일 분야 중심의 방산 클러스터가 일찍 형성되었지만, 전북은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에 속했다.

그러나 이번 방문을 통해 느낀 전북의 변화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특히 전북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방산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 역량 구축은 이제 막 시동이 걸린 수준이 아니라, 이미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단순한 학과 개설 차원을 넘어 지역 산업과 연계된 미래 성장 전략으로 발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형 핵추진잠수함과 같은 첨단 해양방산 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열정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강의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단순한 호기심 수준을 넘어 원자로 안전성, 저농축우라늄(LEU) 연료 문제, 잠수함용 소형원자로 기술,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수중전 전략 개념 등에 대한 수준 높은 질문이 이어졌다. 이는 단순히 군사 무기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미래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이해와 도전 의식으로 읽혔다.

또한 우주항공 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 역시 매우 뜨거웠다. 최근 세계 각국이 우주·해양·AI·무인체계를 중심으로 미래 전장을 재편하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가 이를 새로운 산업적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과거 방위산업이 단순히 군수산업 정도로 인식되었다면, 이제는 AI·반도체·원자력·우주·로봇·사이버 기술이 융합된 국가 핵심 첨단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방문에서 특히 높이 평가하고 싶은 부분은 대학 지도부의 강력한 의지였다. 전북대학교 총장은 첨단 방위산업 육성을 단순한 학과 운영 차원이 아니라 대학의 미래 전략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었다. 실제로 신생 학과임에도 불구하고 피지컬 AI와 첨단 융합 연구를 위한 연구동 건물 한 동을 배정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는 단순한 예산 지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리더가 미래 산업의 중요성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학과 설계 과정 역시 매우 체계적이었다.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학부 교육과 연구 방향을 설계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이론 중심 교육이 아니라 국내 방산기업은 물론 해외 방산기업과의 공동연구 및 협력 체계를 고려한 실무형 교육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는 한국 방위산업이 이제 단순한 내수산업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과 기술협력 중심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최근 세계 방산시장은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이후 세계 각국은 첨단 무기체계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으며, 동시에 안정적인 방산 공급망 구축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방산은 K방산이라는 이름 아래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흐름을 지속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첨단 기술을 이해하고 융합할 수 있는 전문 인재 없이는 미래 방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전북대학교 첨단방위산업학과의 도전은 단순한 대학 학과 신설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지역균형 발전과 국가 전략산업 육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AI, 우주항공, 해양방산, 원자력, 무인체계 등 미래 산업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교육 방향은 향후 대한민국 방위산업 발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결국 조직과 산업의 발전은 리더의 비전과 관심에서 시작된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예산이 있어도 최고 리더의 강력한 의지와 지원이 없다면 지속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이번 전북대학교 방문은 다시 한번 그 사실을 확인하게 해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첨단 방위산업을 미래 국가 성장동력으로 바라보는 리더의 안목, 그리고 이에 도전하는 젊은 인재들의 열정이 결합될 때 대한민국 방산의 미래도 더욱 밝아질 것이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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