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누빈 李…‘靑대통령’ 아닌 ‘현장대통령’ 행보

정치

이데일리,

2026년 6월 01일, 오전 04:32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첫해 ‘청와대 대통령’보다 ‘현장 대통령’에 가까운 행보를 이어갔다. 취임 직후 광주·전남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를 돌며 지역 주민들과 직접 만나는 타운홀 미팅을 이어갔고, 재난 현장과 산업 현장, 전통시장과 군부대까지 방문 범위를 넓히며 현장 중심 국정 운영에 힘을 실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제주한라대학교 한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제주의 마음을 듣다’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1일 이데일리가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된 대통령 일정을 전수 분석한 결과,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난 28일까지 전국 12차례의 타운홀 미팅을 포함해 총 58건의 현장 일정을 소화했다. 월평균 약 5차례 가까운 현장 행보다. 단순 행사 참석 수준을 넘어 산업 현장과 재난 현장, 민생 접점으로 직접 이동하며 ‘현장형 대통령’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역 타운홀·민심 청취 일정이 12건으로 가장 상징성이 컸다. 지난해 6월 25일 광주·전남을 시작으로 대전, 부산, 강원(춘천), 대구, 경기북부(파주), 충남(천안), 울산, 경남(창원), 전북(전주), 충북(청주), 제주 등 전국 주요 권역을 순회하며 지역 숙원사업과 균형발전 과제를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광주 군 공항과 무안공항을 둘러싼 광주·전남 지역의 18년 갈등이 마침표를 찍기도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타운홀 미팅을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하며 기존 대통령 행사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장, 장관들이 동시에 참여하는 공개 토론 방식 속에서 현안을 즉석에서 논의했고, 추진이 어려운 사업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으며 이전 대통령들과 다른 화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재난·안보 현장 방문도 두드러졌다. 궁평 제2지하차도 방문을 비롯해 산청 수해복구 현장 점검, 동해안 산불지역 시찰, 강릉 가뭄현장 점검, 국가위기관리센터 방문 등이 대표적이다. 단순 재난 점검을 넘어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장,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현장회의 형식이 반복됐다는 점도 특징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말 극심한 가뭄으로 제한급수가 시행되던 강릉 지역을 방문해 강릉시장과 공개 생중계 간담회를 진행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물 공급 대책과 예산 문제를 놓고 직접 질의응답을 이어갔고, 실효성 있는 대응책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현장에서 지방자치단체장과 장시간 공개 토론을 진행한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산업·기업 현장 일정도 16건에 달했다. K-조선 미래비전 간담회를 비롯해 KF-21 양산 1호기 생산현장 방문, K-제조업 현장 간담회, 바이오 혁신 토론회, AI 데이터센터 출범식 등 제조업 중심의 현장 행보가 이어졌다. AI·반도체·조선·방산·이차전지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을 직접 챙기며 성장 전략과 산업 정책을 현장에서 설명하는 방식이 반복됐다. 현장 간담회에는 해당 부처 장관과 기업인, 연구자들이 동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규제 문제와 인력난, 투자 애로사항 등을 현장에서 직접 청취하고 즉각적인 검토를 지시하는 장면도 자주 연출됐다. 대통령이 산업 현장을 ‘정책 집행 점검 플랫폼’처럼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장·복지·시민 접촉 일정은 9건으로 집계됐다. 전통시장 방문과 희귀질환 환우 가족 간담회, 아동양육시설 방문, 농촌 모내기 행사 등이 포함됐다. 단순 의례 방문보다 시민과 직접 접촉하는 일정 비중을 늘리며 민생 행보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보훈·추념·기념 현장도 10건에 달했다. 현충일 추념식,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제주4·3 추념 일정 등이 대표적이다. 민주주의·보훈·국가공동체 메시지를 주요 정치 일정과 연계하며 역사·통합 메시지를 강화하려는 흐름도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여권에서는 “대통령이 책상보다 현장을 우선시하며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참여형 국정 운영”이라고 평가한다. 반면 야권 일각에서는 “지역 민심을 겨냥한 정치 이벤트 성격이 강하다”며 “지방선거를 앞둔 사전 정치 행보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지방선거 이후에도 현장 민생 행보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타운홀 정치’가 향후 어떤 정치적 효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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