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오후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대구 수성못을 찾아 시민과 인사 나누고 있다. 2026.5.31 © 뉴스1 공정식 기자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보수-진보 진영 간 총력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장을 방불케 하는 왕성한 활동으로 선거 전면에 뛰어뒤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에 맞서 현직인 이재명 대통령은 투표 중요성을 강조하는 투표 독려로 적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모양새다.
반면 선거를 책임진 거대 양당 대표는 각종 말실수와 당내 분란이 지속되면서 각당의 텃밭에서조차 무소속 후보에 고전하는 등 상대적으로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보수정당 출신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연일 전국을 돌며 국민의힘 후보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대구와 경남 진주·양산, 울산, 부산, 충북 옥천, 대전, 충남 공주, 강원 원주·횡성, 경남 남해 등 전국을 누비며 국민의힘 지원 유세에 집중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개인적 결단에 따른 행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사실상 국민의힘의 총괄선대위원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대통령도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청계천을 거닌 데 이어 양향자 경기지사 후보, 조전혁 서울교육감 후보를 잇따라 만나며 보수 진영 결집 행보를 보였다. 전날(5월 31일)에는 부산 해운대구 거리 유세에 나서 친이(친이명박)계 인사인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를 지원하고, 부산 북갑 보궐선거 출마자인 박민식 후보와는 돼지국밥을 먹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도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구청장을 지낸 성동구 서울숲을 찾아 국민의힘을 지원 사격한다.
이들의 지원 유세 효과에 대해선 전망이 분분하다. 보수층을 자극해 표심 결집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란 시각과 형사처벌을 받은 두 전직 대통령이 선거 전면에 나서는 모습에 대한 거부감이 역풍을 불러올 것이란 관측이 엇갈린다.
12·3 비상계엄을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입장과 맞물려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박 전 대통령과 달리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갈등을 빚어온 장 대표는 대척점에 선 한동훈 무소속 후보의 선전으로 정치적 활동폭이 좁아진 상태이다. 두 전직 대통령의 행보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지방선거 이후 당내 입지도 갈릴 수 있다는 점에 정치권의 관심이 높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박형준 후보 지지 발언을 하기 위해 해운대 구남로에 도착해 차에서 내린 후 유세 차량 부근으로 이동하고 있다.2026.5.31 © 뉴스1 이주현 기자
여권에선 이 대통령이 선거를 주도하는 형국이다. 선거 중립의 선을 지키면서도 적극적 지방일정과 어젠다 세팅으로 지지층을 자극하고 있다. 이번 선거가 취임 1년에 맞춰 치러져 국정운영 평가가 선거의 핵심 요소인데다, 소통에 능한 이 대통령 스타일이 지지층 결집의 구심점 역할을 맡는 형국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울산, 성남, 대구·경북, 광주·무안, 안동, 경남 진해·부산 등 전국적 일정을 왕성히 소화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1일 공식일정 없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2일 국무회의에서 공개 메시지 내용과 그 수위에 따라 막판 선거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역 방문과 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직격 등 화제성 이슈를 던져 온 이 대통령은 사전투표 이틀차인 지난달 30일에는 "투표 포기는 중립이 아니라 내 삶과 공동체를 해치는 그들을 편드는 것"이라며 투표 독려에 나섰다. 높은 투표율이 진보 진영에 유리하다는 공식이 깨진 만큼 진영 결집력이 선거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31일에도 '정치 무관심의 대가는 최악의 저질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는 플라톤 문구를 인용하며 "선출된 공직자가 어떤 마음과 자세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세상은 지옥이 될 수도 천국이 될 수도 있다"며 "투표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고 했다.
이어 "선출된 그들이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충직한 머슴이 될 지, 세상을 파괴하고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악성 지배자가 될 지는 주권자의 손에 달려 있다"며 "이 말이 불편한 정치인이나 정치집단이 있다면 그들이 바로 주권자가 투표로서 극복해야 할 구태 기득권자들"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사회적 참사 2차 가해자들에 대한 엄단 사례, 부동산 불법투기 제보 급증 등 언론 기사 공유로 자신의 국정철학을 국민들에게 적극 어필하는 모습을 보인 점도 눈길을 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3회 국무회의 겸 제10차 비상경제점검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6.5.26 © 뉴스1 허경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보수 진영 두 전직 대통령과 달리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선거에 임하고 있다. 다만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SNS 게시글에 수 십여 건의 공감 표현을 두고 범여권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왔다.
문 대통령은 또 사전투표 첫날 "지금 잘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선거가 됐으면 한다"고 밝히면서도 "한 정당이 오랫동안 특정 지역 정치를 지배하도록 두지 마시고 서로 경쟁할 수 있도록 지지를 보내달라"고 언급한 점도 시선을 끌었다.
상대적으로 여당 지도부의 선거 메시지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실수가 화제가 되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지난달 28일 유세 도중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려다 이 대통령 이름을 바꿔 불러 구설수에 오르자 공개 사과에 나섰다. 선거 초반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부산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 나섰다가 '오빠' 발언으로 논란이 돼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장동혁 대표 역시 최대 격전지인 서울에서 단 한 차례도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합동 유세를 하지 못하는 등 당내 분란 상황을 고스란히 노출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eonki@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