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스타광장에서 열린 파이널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6.6.2 © 뉴스1 박지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에서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12곳을 차지하며 대승을 거뒀지만 최대 승부처인 서울을 국민의힘에 내주면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됐다.
국민의힘은 서울 수성을 통해 이재명 정부 독주 견제론의 발판을 마련했고, 민주당은 '명픽'(이 대통령의 선택)으로 주목받던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게 패하면서 뼈아픈 상처를 안게 됐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첫 전국 단위 선거에서 민주당은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12곳에서 승리하며 지방권력 교체에 성공했다. 국민의힘은 서울을 비롯해 텃밭인 대구·경북(TK), 경남 등 4곳을 지켜내며 예상보다 선전을 했다는 평가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이번 지방선거의 정치적 의미를 가르는 최대 승부처였다. 5선 서울시장에 도전한 오 후보는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서 정 후보에게 5.4%포인트(p) 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개표 초반 벌어진 격차를 밤새 좁힌 끝에 막판 역전승을 거뒀다.
전체 성적표를 국민의힘의 승리로 보기는 어렵지만,전국 민심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서울에서 야당 후보가 생환하면서 민주당 대승 속에서도 이재명 정부와 여당에 대한 견제 심리가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의 주요 어젠다로 '이재명 정부의 독주 저지'를 꺼내들었다. 여권이 추진하는 조작기소(공소취소) 특검법과 각종 사법개편안에 제동을 걸 수 있도록 야당에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놓고 보면 민주당도 향후 일방적인 입법 드라이브를 이어가는 데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도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견제 심리가 반영됐다고 봤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지방선거를 이겼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상징적인 일"이라며 "민주당에 대한 강력한 견제가 발동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수치상으로는 여당의 압승이지만 선거 결과의 내용을 뜯어보면 견제론도 상당했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또한 "서울시장 결과에는 민주당의 독주와 오만함,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강경한 언행에 대한 민심의 경고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부동산 문제에 민감한 강남3구를 중심으로 오 후보에 대한 몰표가 쏟아졌던 것을 감안하면 민주당과 청와대가 향후 세제 등을 포함한 추가적인 부동산 정책 시행에 있어 속도조절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의 승리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리더십 강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오 후보는 후보 등록 때부터 장 대표에게 노선 변화를 요구하며 각을 세웠고, 선거 기간 장 대표와 단 한 차례도 공동 유세에 나서지 않았다. 결국 서울 승리는 당 지도부의 성과라기보다 오 후보 개인의 경쟁력과 정권 견제론이 맞물린 결과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특히 오 후보는 이번 승리로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키웠다. 국민의힘이 전체 판세에서는 열세를 면치 못한 상황에서 서울을 지켜낸 만큼, 향후 야권 권력 구도는 오 후보와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캠프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 상황과 관련 승복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6.4 © 뉴스1 안은나 기자
민주당으로서도 서울 패배의 후폭풍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달라'를 캐치프레이즈(구호)로 내걸었다. 특히 오 후보를 향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무회의가 56회 열렸는데 단 두 차례만 참석했다"(조승래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며 오 후보가 당선될 경우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정원오 후보도 "이 대통령과 싸우는 후보(오 후보)를 뽑겠느냐, 이 대통령을 도울 수 있는 후보(자신)을 뽑겠느냐"고 유세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서울 민심이 오 후보를 선택하면서, 전국 민심의 척도인 서울에서 이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견제 심리가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정부가 국정 운영 과정에서 서울시와 부동산·도시개발 등 주요 사안을 놓고 협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오 후보는 이 대통령과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정치적 위치에 서게 됐다.
선거를 지휘한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선거 국면에서친청(친정청래)계와 친명(친이재명)계가 전북지사 공천 등을 두고 갈등이 표면화된 만큼,서울 패배를 기점으로 정 대표를 향한 당내 우려와 불만이 가시화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이번 서울 패배가 정 대표의 연임 구상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올해 8~9월 전당대회를 통해 연임에 도전하려던 정 대표의 계획에도 비상등이 켜질 수밖에 없다. 정 후보가 '명픽'으로 주목받았던 만큼 서울 패배는 정 대표뿐 아니라 이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으로 남게 됐다.
angela0204@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