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파장 확산…정치 넘어 대학가까지 번진 ‘선관위 책임론’

정치

이데일리,

2026년 6월 05일, 오전 12:53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투표함을 반출하려는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데일리 안소현 기자] 6·3 지방선거 본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대학가와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야권에서 진상규명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시내 대학 총학생회들까지 집단 대응에 나서면서 파장이 커지는 모양새다.

5일 정치권과 대학가에 따르면 경희대·한국외대·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성명을 내고 선관위를 규탄했다. 서울대도 “피로 싹틔운 민주주의의 꽃을 시들게 하려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학생 사회는 이번 사태를 민주주의 절차 훼손 문제로 규정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선관위의 참정권 침해 및 선거 관리 파행을 규탄한다”고 밝혔고, 한국외대 총학생회도 “민주주의의 문을 지켜야 할 선거관리기관이 오히려 대의민주주의의 절차적 기반을 흔들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대학가에서는 재선거 요구보다는 진상조사와 책임자 문책,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학생 간 의견이 엇갈리고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치권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즉시 국정조사를 여당이 받아야 한다”며 “야당도 주저하지 말고 재선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선명한 주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표는 기존 부정선거론과는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소위 부정선거론은 논리적 귀결이 맞지 않아 부정선거론자들의 주장 자체를 반박하고 지적해왔다”면서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만 관리하는 기관이 투표용지 수 하나 제대로 예측하거나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국민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한층 수위를 높였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찰이 잠실7동 제2투표소에 기동대를 투입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고 2개의 투표함을 끌어낸 것을 꼬집었다.

송 원내대표는 “폭력 진압 사태는 불법으로 불법을 덮고 폭력으로 또 다른 범죄를 낳고 있는 양상”이라며 “이 모든 사태의 진앙지는 선관위이고 매우 부실했던 투표 관리가 주범이다. 선관위가 저지를 불법으로 인해 일어난 정당한 항의인데 경찰은 불법 시위대로 낙인 찍어 강제 해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선관위의 3대 범죄 게이트에 대한 진상 파악 즉각 실시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및 서울시 선관위원장 즉각 사퇴 △긴급 국정조사 특위 구성 추진 △선거 관리 절차와 규정에 대한 제도적 통제 강화를 위한 입법 △정부의 즉각적인 조치 등 5가지를 요구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투표소 현장을 언급하며 “투표용지를 받지 못한 주민들의 분노를 경찰이 폭력으로 응징했다”며 “선관위는 조사 주체가 아니라 수사 대상”이라고 힘줘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대국민 사과에 나서기로 했다.

노 위원장은 서울 강남·광진·송파 등 일부 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후속 조치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노 위원장이 사과를 넘어 거취 문제까지 언급할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본투표 당시 서울 송파구 12개 투표소와 강남구·광진구 일부 투표소에서는 준비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일시 중단됐다.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에 한해 투표 시간이 밤 10시까지 연장됐다.

이후 해당 투표소에서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투표함 반출을 막아섰고, 경찰이 강제 해산에 나서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약 2000표가 담긴 투표함 2개가 뒤늦게 개표소로 이송되면서 전국 개표 완료 시점도 지연됐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국민에게 실망과 우려를 끼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공직선거법상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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