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오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2026.6.5 © 뉴스1 구윤성 기자
전례 없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민 신뢰가 끝없이 추락 중이다.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에 고위직 자녀의 '아빠 찬스' 특혜, 선거철 대거 휴직. '지역 비하' 홍보영상까지 끊임없이 터지는 사고엔 선관위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선관위에 따르면 6·3지방선거 본투표 당시 투표용지가 부족해 추가로 송부한 투표소는 전국 1만4288개 중 67개소에 달했다. 서울은 송파구에서만 15개소가 투표용지가 동났다.
선관위는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관행대로 전체 유권자 수의 1.1배에 달하는 투표용지 제작 예산을 받아 가고도 사전투표율이 높은 지역에선 투표용지가 과다하게 남는다는 이유로 일부 투표소에선 하한선인 선거인 수의 50%밖에 용지를 인쇄하지 않았다.
추가 용지 이송에도 시간이 걸려 일부 시민은 대기표를 받고도 투표를 포기하거나 개표 방송이 송출되는 가운데 투표해 참정권 침해란 지적이 나온다.
잠실7동 제2투표소는 자의적으로 투표 마감 시간을 당일 오후 10시까지 연장했다. 이곳은 일부 시민이 개표 중단과 재선거를 요구하며 투표함 반출을 막아 경찰과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부정선거론'이 들끓을 빌미를 줬다는 비판도 적잖다.
선관위는 2020년 총선에선 투표용지에 QR코드를 인쇄해 선거법 위반 논란을 빚었다. 2022년 대선 사전투표에선 코로나19 확진자 등 투표 과정에 기표가 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지 않고 바구니와 쇼핑백에 담아 '소쿠리 투표' 비판을 받았다. 이듬해엔 '아빠 찬스' 등 고위직 자녀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선관위는 채용 비리 의혹에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해 비판 여론이 일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선관위 손을 들어줬지만 이후 감사원 전수조사 결과 다수의 채용 절차 위반이 적발됐다.
선거가 있는 해마다 선관위 내부 휴직자가 급증하기도 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5월 초 기준 선관위 직원 중 휴직자는 176명으로 전체의 약 6% 수준에 달했다. 올해는 선관위가 지난해 '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휴직을 자제해달라'고 공문을 보냈는데도 휴직자가 크게 줄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달 말 선관위 유튜브 공식 홍보 영상에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상징물(홍어)이 노출돼 '검수 소홀' 비판도 제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가 호남 지역을 비하할 때 '홍어'를 사용한다.
전문가 사이에선 선관위의 구조적 문제를 각종 사건·사고의 배경으로 짚고 개선책을 제언했다.
선관위는 대법관이 겸직하는 선관위원장은 물론이고 선관위원 9명 중 8명이 비상임위원이다.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선관위원장을 대법관이 상근 아닌 형태로 겸직하며 선관위가 대법관실에 결재판을 들고 쫓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며 "기관장이 비상근 시스템인 건 무책임한 운영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것을 사무총장에게 사실상 떠넘기다시피 돼 있고, 외부로부터 견제받지 않는 조직으로 몇십 년 내려오다 보니 내부에서 채용 비리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선관위원으로 앉아 있는 게 문제다. 실무진의 행정 능력이 아닌 '행정 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며 선관위원 전원의 '사의'가 아닌 탄핵이나 파면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법을 바꿔 선관위원을 상근직으로 하되 내부에서 (전문가가) 승진하는 방법이 제일 좋다"고 언급했다.
선관위가 1963년 헌법상 독립기구로 창설돼 감사원 등 외부 감시를 받지 않는 사실상의 '치외법권'에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신봉기 교수는 "헌재에서 선관위 손을 들어준 결론이 잘못됐다고 본다"며 "선관위가 독립됐다 해도 그 실제는 국가 행정 기능으로 선거 관리 사무를 잘하도록 한 것이고, 권력 분립 차원에서 봐도 행정에 대한 사무감사는 받는 게 정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율 교수 역시 "감사원 감사가 안 된다면 정기적 국정조사라도 최소한 받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율 교수는 국민의힘이 선관위 별도 감사를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당론 발의한 특별감사관법도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봤다. 이 법은 독립적 지위의 특별감사관을 임명해 6개월간 선관위 인사관리와 선거 시스템, 각종 행정사무 전반을 감찰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신봉기 교수는 특별감사관 활동 기간이 6개월이란 점에서 실효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한시적으로 하면 (감사받는) 기관이 버티기에 들어갈 경우 막바지에 시간에 쫓기며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며 "특검도 그렇지 않나"라고 했다.
smith@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