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에비앙 향하는 李대통령…두 번째 G7의 과제는[통실호외]

정치

이데일리,

2026년 6월 13일, 오전 09:00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8박 9일간의 유럽 순방에 나선 이재명 대통령이 다음 주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합니다. 이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지난해에는 취임 직후인 6월 16일부터 1박 3일 일정으로 캐나다 알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당시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낸 대한민국이 국제 무대에 돌아왔음을 알리며, 불법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발생한 외교 공백을 메웠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뒷줄 가운데)이 2025년 6월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G7 및 초청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4일 대통령으로서 공식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불법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쳐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이 대통령 앞에 놓인 첫 번째 외교 과제는 G7 정상회의 참석이었습니다. 취임한 지 불과 12일 만에 국제 무대에 서게 되는 것은 이 대통령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었을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외국 대사들과 수차례 만나며 나름의 준비를 해왔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으로서 실제 정상외교를 수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을 두고 정치권과 외교가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초고속 출국에 따른 준비 부족 문제가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참석을 결정한 것은 지난 6개월간 사실상 멈춰 있었던 정상외교를 복원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혼란을 수습하고 출범한 새 정부가 국제사회에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이 건재하다는 메시지를 각인시키는 데 G7 무대만 한 곳이 없다고 본 것입니다. 결국 이 대통령은 안팎의 우려를 정면 돌파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은 주요국 정상들과 연쇄 회담을 소화하며 국제 외교 무대에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시작으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을 만나 숨 가쁜 외교 일정을 이어갔습니다.

이 대통령은 순발력과 개인적인 스토리텔링을 무기로 상당한 기지를 발휘했습니다. 가장 화제가 된 순간은 룰라 대통령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딱딱한 외교 의제 대신 소년공 시절 프레스기에 팔이 끼어 장애를 입었던 자신의 경험을 꺼냈습니다. 가난 때문에 손가락을 잃고 노동운동을 거쳐 대통령이 된 룰라 대통령은 이 이야기를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룰라 대통령이 “몇 살 때 그런 일을 당했느냐”고 묻자, 이 대통령은 “10대 시절 공장에서 일할 때였다”고 답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를 통해 두 사람이 공유하는 ‘가난’, ‘공장 노동자’, ‘정치적 핍박을 극복한 지도자’라는 공통분모를 자연스럽게 부각했습니다. 공식 단체사진 촬영 이후 두 정상이 나란히 걸어 나오는 장면은 양국 정상 간 정서적 유대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6월 17일(현지 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업무오찬 및 G7 정상회의 확대세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사진=뉴시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회동에서도 기지가 빛났습니다. 당시 국제사회는 12·3 계엄 정국이라는 극심한 혼란을 겪은 직후의 한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이 대통령이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설명하자, 구테흐스 총장은 같은 해 9월 열릴 유엔총회에서 한국 민주주의 회복 과정을 직접 소개해 달라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구테흐스 총장은 “한국이 앞으로 아시아에서 매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세계 평화를 위해 유엔이 해야 할 일이 많다”며 “과거 한국이 받은 도움을 국제사회에 돌려줄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그렇기에 두 번째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이 대통령의 행보가 더욱 주목됩니다. 이 대통령은 16일 오후 에비앙에 도착한 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초청국 정상들과의 기념촬영을 시작으로 공식 일정을 소화할 예정입니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초청국들이 참여하는 세션은 첫날인 16일 확대회의 1세션, 둘째 날인 17일 오전 확대회의 2세션과 업무 오찬 등입니다. 첫날 저녁에는 프랑스 측이 준비한 공식 만찬과 환영 행사에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세션별 주제와 발언 순서는 현재 협의 중이지만, 개발협력 등 국제 파트너십, 글로벌 경제 불균형 완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전망입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주요 의제별로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는 한편, G7이 호혜적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 발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가교 국가로서의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지난해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한국의 이야기를 전 세계에 알렸던 것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과 유럽 순방을 위해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9일 성남 서울공항 공군 1호기에서 환송객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G7이 대한민국의 복귀를 알리는 무대였다면, 올해 G7은 대한민국의 역할을 증명하는 무대가 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서사는 이미 국제사회에 충분히 전달됐습니다. 이제 세계가 한국에 기대하는 것은 위기를 극복한 경험 자체가 아니라, 그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일 것입니다.

AI 기술 경쟁과 경제안보 재편, 개발협력 확대,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등 국제사회가 직면한 과제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선진국과 개도국의 경험을 모두 가진 드문 국가입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성장했고, 민주주의 위기를 겪은 뒤 이를 극복해낸 경험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국제사회에서 한국만이 제시할 수 있는 자산입니다.

에비앙에서 열리는 이번 G7 정상회의는 단순한 외교 일정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대한민국이 돌아왔음을 알렸던 지난해의 G7을 넘어, 대한민국이 무엇을 할 수 있는 나라이고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 나라인지를 보여주는 무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대통령의 두 번째 G7은 결국 한국 외교의 두 번째 시험대이기도 합니다. 지난해의 과제가 복귀였다면, 올해의 과제는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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