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감가상각제도 개선 이끌어내며 韓 기업 유럽 진출 숨통
이재명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한 호텔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번 행사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항공우주, 방산, 에너지 등 미래산업 협력 방안이 논의됐지만, 핵심 성과로 꼽힌 것은 초감가상각제도 개선이다. 초감가상각제도는 현지 기업이 신규 설비를 도입할 때 실제 구매가보다 높은 금액을 비용으로 인정해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는 세제 지원 정책이다. 이탈리아 정부가 연초 정책을 발표할 당시 수혜 대상을 유럽연합(EU)산 자산으로 한정하는 조항이 포함되면서 한국산 기계·설비를 도입하려는 현지 기업이 혜택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서울에서 열린 한·이탈리아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직접 제기했고,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의회 협의를 주도하며 개선에 나섰다. 그 결과 비EU산 설비에도 동일한 세제 혜택을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가 수정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제도 개편 후속 조치로 초감가상각제도 신청 플랫폼을 우선 가동했다. 통상 관보 게재 이후 효력이 발생하는 행정 절차를 감안하면 플랫폼을 먼저 가동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양국 정상 간 신뢰를 바탕으로 정책 집행 속도까지 끌어올린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제도 개선은 HD현대건설기계 등 한국 기업의 이탈리아 시장 진출과 수출 여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HD현대건설기계는 이날 라운드테이블에서 초감가상각제도 개선 문제가 양국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후 신속히 해결된 데 대해 양국 정부에 감사를 표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HD현대건설기계 측은 이탈리아 정부의 문제 해결 속도를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페라리”에 비유하기도 했다. 김 정책실장은 “초감가상각제도 개선처럼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성과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며 “26년 만의 한국 정상 국빈 방문은 양국이 미래산업 시대를 함께 열어갈 전략적 파트너임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이탈리아경제인연합회가 공동 주관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는 양국 기업인 4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 측에서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자은 LS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 성 김 현대자동차 사장, 김동춘 LG화학 사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문재영 HD현대건설기계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탈리아 측에서는 마르시아이 이탈리아경제인연합회 부회장과 마조타 핀칸티에리 회장, 존 엘칸 페라리 회장, 페트라키니 에니라이브 회장, 도미니치 키코 밀라노 대표가 자리했다.
참석자들은 양국 협력 관계가 인공지능 혁명과 공급망 재편의 시대를 맞아 새로운 차원의 도약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항공우주와 인공지능, 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함께 친환경 연료, 에너지·인프라, 바이오, 뷰티, 푸드 등 미래 유망 소비재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탈리아는 삼성에 특별한 국가”라면서 “과학 강국인 이탈리아와 기술 혁신의 한국이 힘을 합치면 다양한 첨단 산업 분야에서 협력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밀라노 가구쇼 등이 놀라운 영감의 원천이 됐으며 삼성의 전사 디자인 총괄 임원(CDO)도 이탈리아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 피렌체 찾아 영화·박물관 협력 확대…문화외교 보폭도 넓혀
이탈리아를 국빈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3일(현지시간) 피렌체 우피치미술관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또 이번 방문을 계기로 타결된 한·이탈리아 영화 공동제작 협정을 바탕으로 양국의 우수한 제작 역량에 기반을 둔 작품이 더 많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올해로 24년째를 맞은 피렌체 한국영화제가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국제 문화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토스카나 주지사와 면담한 뒤 르네상스 예술의 정수인 우피치 미술관을 찾았다. 이 대통령 임석 하에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과 시모네 베르데 우피치 미술관장은 ‘문화유산 교류 및 박물관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양해각서는 한국과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문화기관 간 협력 기반을 마련하고 양국 문화유산의 가치 확산과 상호 교류 증진을 위해 추진된다. 이에 따라 두 기관은 박물관 서비스 전반에 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인력 교류를 확대하게 된다. 전시 교류와 해설, 교육·소장품 관리, 복원·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