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미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6.6.14 © 뉴스1 허경 기자
바티칸을 공식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열린 특별미사에서 한반도 및 국제 평화에 대한 신념과 의지를 밝히며 교황청의 적극적 역할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를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희망의 문'으로 표현하며 "저는 지금도 그 희망의 불씨가 살아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이어가겠다"며 "정전 상태를 넘어, 지속 가능한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을 향해선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해 출범 이후 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비롯한 선제적 긴장 완화 조치를 추진해 왔다"며 "또한 흡수통일이나 일방적 체제 경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 왔다"고 했다.
다음은 이재명 대통령의 성 바오로 대성당 특별미사 기념연설 전문.
존경하는 유흥식 추기경님,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사도 바오로의 영성이 살아 숨 쉬는 이 거룩한 자리에 서게 되어 말할 수 없는 경건함을 느낍니다. 이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주시고 또 따뜻하게 환대해 주신 추기경님과 교황청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날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갈등과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포성은 멈추지 않고, 중동에서는 새로운 충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협력과 공존의 기반이 흔들리며,국제사회 곳곳에 분열과 대립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한반도 역시 이러한 현실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습니다.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야기했던 남과 북은
다시 단절과 대결의 시대로 되돌아섰습니다. 남북을 연결하던 소통의 통로는 닫혔고, 불신과 긴장은 여전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들은 수많은 시련과 고난 속에서도 평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고 이를 굳건하게 이겨낸 전력이 있습니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았고, 전쟁의 폐허 위에서 나라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독재와 억압의 시대를 넘어, 민주주의를 발전시켰습니다. 경제 위기와 사회적 격랑 속에서도 우리는 총과 칼이 아닌 촛불로, 폭력이 아닌 평화로, 냉소가 아닌 연대로 짙은 어둠을 밝혀왔습니다.
평신도의 자발적인 신앙 공동체로 시작해 혹독한 박해를 견뎌낸 한국 가톨릭교회 역시 우리 사회가 어려운 순간을 겪을 때마다 인간의 존엄과 평화, 연대의 가치를 지켜온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26년 전 6월 15일, 남과 북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마주 앉아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오랜 적대와 긴장을 넘어, 대화와 협력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린 역사적인 전환점이었습니다. 이후 이산가족 상봉과 인도적 협력, 교류와 왕래가 이어지며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희망의 문이 열렸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 희망의 불씨가 살아있다고 확신합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해 출범 이후 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비롯한 선제적인 긴장 완화 조치를 추진해 왔습니다. 또한 흡수통일이나 일방적 체제 경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남북 간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하게 이어가겠습니다. 정전 상태를 넘어, 지속 가능한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생각입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오랜 세월 국제사회는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염원해 왔고, 대한민국 역시 그 기대와 성원에 부응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결같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신 교황청에 이 자리를 빌려 대한민국 국민들과 함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갈등과 불확실성이 세계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지금, 이제 대한민국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민주주의가 길어 올린 빛으로, 풍요로운 문화가 빚어낸 품격으로, 과학기술과 혁신이 열어가는 미래의 가능성으로 더욱 평화롭고 자유로우며, 모든 이가 존엄한 삶을 누리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모으겠습니다.
국경과 이념, 인종과 문화의 차이를 넘어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손을 맞잡고 갈등이 있는 곳에는 화해를, 불신이 있는 곳에는 신뢰를, 분열이 있는 곳에는 연대를 더하며 평화가 인류 공동의 유산이 될 수 있도록 국제적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이사야서 2장 4절의 귀한 말씀이 온 나라에 실현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한반도의 평화가 세계평화로 이어지고, 세계의 연대가 다시 한반도의 평화를 굳건하게 만드는 선순환을 함께 만들어 가길 희망합니다.
내년 서울에서 세계청년대회가 열립니다. 국경과 언어, 문화의 차이를 넘어 우정을 나누며 평화와 연대의 가치를 배우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전선(戰線)과 철조망, 국경의 제약을 넘어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길 바라며, 대한민국 정부 역시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2천 년 전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이 오늘날 우리 청년들에게도 위로와 용기, 그리고 희망으로 전해주기를 희망합니다.
오늘 함께 봉헌하는 우리의 기도 역시 온 세상의 평화와 연대를 위한 한 알의 복된 밀알이 되길 기원합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께 하느님의 은총이 늘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고맙습니다.
eonki@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