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장
막대한 전비투입에 따른 국력소모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유가 상승 등 미국 국민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2015년 이란 핵 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를 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그보다 나은 합의를 도출하기는커녕 이란의 ‘전략적 지위’만 높여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미국 정보당국이 ‘미국과 이란의 현재 종전 합의로는 향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막을 수 없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미국 일각에선 “호르무즈 통제권은 어떤 핵무기보다 강력한 신무기”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CNN은 “이란 신정체제가 세계 경제를 해칠 강력한 새 무기를 미국과 전쟁의 결과물로 획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개된 MOU 내용은 이럴 거면 왜 전쟁을 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어음만 받고 이란은 현찰을 챙겼다”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정도다. 미국은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이슬람공화국 재건과 경제 개발을 위한 포괄적 계획을 수립할 것’과 ‘모든 유형의 제재 종료’를 약속했다. MOU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조급함이 반영된 ‘패전국의 항복문서’처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전쟁에서의 ‘치욕’을 만회하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려 하지만 핵무력 고도화로 ‘전략국가’ 반열에 들어섰다고 주장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의제로 한 북미대화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헌법에 핵보유와 핵무력의 지휘권을 명문화한 북한은 그들에게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은 ‘위헌행위’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핵보유는 ‘절대 불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나서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을 향해 공세적으로 ‘비핵화 불가론’을 펴고 있다. 지난 18일 김 부장 담화에서 “핵보유는 반드시 고수해야 할 핵심이익이며 ‘비핵화’는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불퇴의 선”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를 의제로 하지 않은 북미대화를 추진할 경우 이중 잣대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 국민이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과 관계없이 당분간 북미대화 재개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예측불가의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 때 사용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2탄을 내놓고 북한을 위협하거나 마두로 대통령 체포와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제거와 같은 방식을 북한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협박하며 북한을 북미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 할지도 모른다. 북한을 대화로 끌어낼 유인은 장기 휴전상태인 한국전쟁을 끝내고 북미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것이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포괄적 협상 틀을 만들게 되면 북핵문제도 의제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한국전쟁을 끝내는 문제에 집중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