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종속 막자"…국회 모인 산·학·연·관 "K-풀스택 구축 사활"

정치

이데일리,

2026년 6월 24일, 오후 03:33

이석근 DH오토리드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피지컬AI 프론티어 강국 신기술 조찬 포럼'에서 '산업특화형 피지컬 AI 실증사업 성과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광범 기자)
이석근 DH오토리드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피지컬AI 프론티어 강국 신기술 조찬 포럼'에서 '산업특화형 피지컬 AI 실증사업 성과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광범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의 한국 공습이 거세지며 ‘기술 종속’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산·학·연 전문가들과 국회·정부 인사들이 24일 한데 모여 독자 기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정부 관계자와 산학연 전문가 40여 명은 이날 오전 7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피지컬AI 프론티어 강국 신기술 조찬 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빅테크에 기술적으로 종속되지 않으려면 반도체·소프트웨어·데이터를 하나로 묶은 독자적 ‘풀스택(Full-stack)’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른 아침이라는 시간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참석자들은 공식 일정이 끝난 후에도 자리를 지키며 치열한 토론을 이어가는 등 기술 자립에 대한 현장의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생태계 독점 움직임에 대해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며, 민관 합동의 강력한 연대를 요구했다. 조준희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은 글로벌 AI 반도체 공룡인 엔비디아의 전략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엔비디아는 자체 칩을 기반으로 로보틱 파운데이션 모델과 월드 모델을 모두 장악해, 과거 애플이 스마트폰 생태계를 독점했던 것처럼 풀스택 시장을 통째로 지배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거는 지금 정부 주도와 민간이 하나의 합동으로 얼라이언스를 만들어서 투스텝 구성으로 프로젝트를 많이 하고 그거를 대표 수출 상품으로 가져가야 된다는 게 소신이고 확신이다”라며 개별 기업의 각자도생이 아닌 ‘원팀 패키지’ 수출 전략을 강하게 주문했다.

다른 기업인들 역시 이 같은 방향성에 공감대를 나타냈다. 이연수 NC AI 대표는 자동 3D 생성 및 정밀 디지털 트윈 기술과 파운데이션 모델을 결합한 강력한 로봇 브레인 프레임워크 구축 현황을 공유하며, “제조 기업들과의 다양한 협업과 독자적인 기술 기반 확보를 통해 향후 엔비디아의 종속성에서도 벗어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데이터 고도화 요구에 학계 “오차 분석·단계별 로드맵 필수” 화답

국내 기술 기업인들은 데이터의 질적 고도화와 표준화에 대한 요구도 함께 쏟아냈다. 이현동 슈퍼브AI 부대표는 “무작정 데이터를 확보하기보다 도메인 지식을 체계화하고 이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는 구조화된 방법론이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호 딥엑스 부사장도 “해외 시장 개척 시 중소기업 단독으로는 브랜드 인지도 확보에 한계가 있다”면서 “국내 수요·디바이스·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연합체를 구성해 글로벌 시장에 공동 진출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학계와 연구계 전문가들 역시 이러한 산업계의 현장 목소리에 깊이 공감하며, 기술 자립을 뒷받침할 과학적인 방법론과 기술 체계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영오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은 “서로 다른 소스에서 온 이종 데이터를 조합할 때는 각 데이터의 오차 범위를 신중하게 다루어야 가비지 데이터로 인한 오작동을 막을 수 있다”며 “현실적 거동, 최악의 시나리오 방지 등 도메인별 맞춤형 성능 평가 체계를 정부 주도로 정립해 지표화해야 생태계가 단단해진다”고 제언했다.

유원필 전자통신연구원(ETRI) 소장 또한 “전통적인 자동화와 지능형 피지컬 AI는 구별돼야 한다”며 “우리 제조 현장도 전통 제어 단계에서 디지털 트윈, 범용 월드모델 단계로 진화하는 ‘도메인별 기술 단계 체계화 로드맵’을 정립해야 국가 표준 인증과 데이터 공유가 원활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2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피지컬AI 프론티어 강국 신기술 조찬 포럼'에서 참석한 기업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한광범 기자)
2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피지컬AI 프론티어 강국 신기술 조찬 포럼'에서 참석한 기업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한광범 기자)
여야 의원들은 산학연 전문가들이 제기한 독자기술 확보와 국가적 얼라이언스 구축 필요성에 뜻을 같이하며, 초당적인 입법 및 예산 지원을 약속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1980년대 중반 국산 전전자식 교환기 ‘TDX’ 개발 성공 사례를 소환했다.

고 의원은 “당시 정부 주도하에 ETRI를 중심으로 라이벌이었던 삼성, 금성, 현대 등 민간 기업들이 한 방에 모여 공동 연구로 핵심 원천 기술을 개발한 뒤, 글로벌 시장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했다”며 “지금의 피지컬 AI 역시 관계 부처들이 칸막이를 허물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풀스택 데이터를 국가 자산으로 묶는 강력한 컨트롤 타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처 장벽 허문 대규모 R&D 기획…정부, ‘이어달리기’식 총력 지원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기업의 미시적인 고충이라는 작은 그림과, 국가 마스터플랜 및 풀스택 수출이라는 큰 그림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시간이었다”며, “조준희 회장이 제시한 큰 그림, 즉 독자적인 파운데이션 모델과 AI 반도체를 결합한 국산 풀스택 패키지를 글로벌 시장에 대표 수출 상품으로 론칭하는 국가 전략을 정책당국이 실행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예산과 입법으로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통일부 장관 겸임)과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등도 “탁상행정으로 깎일 뻔한 현장 확산 예산을 국회와 포럼이 힘을 모아 살려냈다”며 민관 협력을 위한 인센티브 법안 조율과 부처 합동 TF 구성을 전향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산학연관의 이 같은 결의에 화답하며 구체적인 예산 편성과 부처 간 ‘이어달리기’식 전폭 지원 의지를 피력했다. 김성열 산업통상부 산업성장실장은 “우리가 가장 잘하는 강력한 제조업 경쟁력에 철저히 집중해야 승산이 있다”며, 현장의 요구를 전격 반영한 ‘피지컬 AI 5대 핵심 R&D 사업’을 공개했다.

산업부는 제조 데이터 라이브러리 구축, 업종별 제조 AI 모델 개발, 국산 고정밀 액추에이터 개발, 국산 풀스택 플랫폼 개발, 글로벌 상용화 수출 지원 등 5대 사업을 기획 완료했으며, 향후 4~5년간 총 5조원 이상의 초대형 메가 예산 투입을 목표로 국회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은 “현재 LG전자를 필두로 국내 산학연 11개 기관이 원팀으로 개발 중인 국산 형성 AI 시뮬레이션 모델을 완성해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등에 대응하겠다”며 “극한 환경 구동용 온디바이스 AI 칩 및 에지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내년도 대규모 신규 예산 R&D 사업으로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박태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관은 “지난주 국회와 함께 출범시킨 ‘디지털 AI 얼라이언스’는 모델, 로봇뿐만 아니라 정보보호, 네트워크, 데이터센터를 아우르는 전방위 연합체”라며 “제조 현장의 성공 결과가 일상, 농축산, 물류 등 다른 영역으로 확대되도록 부처 간 장벽을 허물고 전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용순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정책실장 역시 “과기정통부 인프라 사업과 중기부의 스마트 공장 지원 사업이 단절 없이 이어지도록 조율하고, 대중소 상생형 모델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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