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라 불러라"…李대통령 분노한 女소방관 사건 의혹 사실로

정치

뉴스1,

2026년 6월 24일, 오후 05:10

지난해 10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광주소방본부 소속 여성 소방공무원이 생전 약혼자에게 음주 회식을 토로하며 보낸 메시지.(독자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2026.6.11 © 뉴스1 서충섭 기자

국무조정실이 24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광주 여성 소방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회식 강요, 음주 강요, 옆자리 강요 등의 의혹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무조정실에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지 약 2주 만의 결과 발표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점검단)에 따르면, 피해자는 소속 부서 회식 참석을 강요받아 2024년 7월부터 15개월간 총 24차례 술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회식은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이어졌으며, 호프집과 나이트, 노래방 등을 오간 사실도 드러났다.

회식에서는 이른바 '후래자 삼배'(늦게 온 사람이 술 세 잔을 마시는 문화)나 '파도타기' 등을 통해 폭탄주를 한꺼번에 마시는 '원샷'을 강요한 사실도 확인됐다.

심지어 피해자에게 "서장과 과장 사이에 앉으라"며 남성 상사 옆자리에 앉도록 하거나 "편하게 오빠라고 부르라"는 등 부적절한 호칭 사용을 강요한 사실도 드러났다.

아울러 △피해자가 해외여행을 갈 때 술과 커피를 사 오라고 지시 △주말까지 이어진 서장 등의 퇴임식 행사 준비 △전임 서장의 부친상·빙부상에서의 상차림과 심부름 △상급자 이동을 위한 차량 운행 등 사적 노무 강요 행위도 적발됐다.

광산소방서-광주소방안전본부-소방청, 감찰 요구 묵살
점검단은 관련 기관인 "광산소방서, 광주소방안전본부, 소방청 본청이 모두 유가족 측의 감찰 요구를 사실상 묵살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우선 광산소방서는 지난해 10월 유가족의 감찰 요구에 대해 공식 회식 횟수와 피해자의 업무 태도만 파악해 '특이 사항 없음'으로 종결했다.

특히 갑질 가해자로 지목된 부서장이 감찰 부서 책임자를 겸하며 사실상 '셀프 조사'를 진행했고,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소방안전본부는 지난해 11월 익명제보시스템(레드휘슬)을 통해 접수된 조사 요청에 대해 광산소방서의 자체 조사 결과를 넘겨받고도 형식적인 확인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피해자 남자친구가 문제를 제기했지만,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한 뒤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찰 착수 여부조차 검토하지 않은 채 올해 5월 12일까지 약 5개월간 사안을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소방청 본청은 국가공무원노조의 민원 제기를 계기로 감찰 계획을 수립했지만, 부실한 계획을 세운 데다 국무조정실의 점검이 이뤄지기 전까지 약 한 달 동안 관련자에 대한 대면 조사조차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상담 결과 왜곡해 "남자 친구와 교제 어려움"만 보고
심지어 광주소방안전본부는 피해자의 심리상담 자료를 왜곡하고, 인적 사항 등이 담긴 자료를 대내외에 유출하는 행위까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소방안전본부는 권한도 없이 심리상담 위탁업체에 피해자의 상담 결과 자료를 요구한 뒤, 이를 극단적 선택 관련 보고 문서에 발췌해 첨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담 자료에는 피해자가 남자친구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한 내용도 포함돼 있었지만, 광주소방안전본부는 이를 제외한 채 '남자 친구와의 교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는 내용만 발췌해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왜곡된 심리상담 결과를 첨부한 '소방공무원 인사발령(사망면직)' 공문서를 대국민 공개 문서 형태로 15개 유관 부서에 발송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적 사항과 심리상담 내용이 대내외에 그대로 노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점검단은 비위 행위가 확인된 공직자 17명에 대해 소방청에 엄중한 징계를 요구할 방침이다. 관리 책임 등이 있는 퇴직자 2명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점검단은 "공직사회 갑질 문화 폐해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리고, 젊은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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