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옆에 앉아 오빠라 불러라”…소방관 목숨 앗아간 ‘갑질’ 확인

정치

이데일리,

2026년 6월 24일, 오후 06:41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실시된 소방관 사망사고 합동 점검 결과, 유족 측이 제기한 직장 내 갑질 의혹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특히 관할 소방서와 소방본부, 소방청 본청은 유족의 감찰 요구를 조직적으로 묵살하고 고인의 비밀 심리상담 자료까지 왜곡해 대외에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광주 광산소방서 소속 소방관 사망사건과 관련해 지난 11일부터 약 2주간 집중 점검을 벌인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소방청 본청과 광주소방안전본부, 광산소방서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인은 소속 부서 내에서 회식 참석을 사실상 강요받으며 지난 15개월간 총 24회의 술자리에 동원됐다. 일부 회식은 이튿날 새벽 2시까지 이어졌고, 폭탄주를 강제로 한꺼번에 마시게 하는 ‘원샷’ 강요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직근 상사 등은 고인에게 ‘서장과 과장 사이에 앉아라’ 하며 남성 상사 옆자리 착석을 강요하고,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라’ 등 부적절한 호칭을 사용하도록 압박했다. 사적인 술·커피 구매 지시와 상급자 이동을 위한 차량 운행 등 사적 노무 강요도 빈번했다.

소방 당국의 조직적인 은폐와 해태 정황도 명백히 드러났다. 광산소방서는 유족의 감찰 요구에 대해 자체 조사를 벌이면서, 갑질 가해자로 확인된 부서의 장이 감찰 책임자로서 사실상 ‘셀프 조사’를 진행한 뒤 ‘특이 사항 없음’으로 사안을 종결했다. 광주소방안전본부는 익명 제보를 받고도 형식적 확인만 거친 채 5개월간 사건을 방치했다. 소방청 본청 역시 노조의 민원 제기 이후 부실 감찰 당사자인 광주본부 직원들을 조사반에 편성하는 등 감찰을 해태했다.

더군다나 광주소방안전본부는 지위를 이용해 위탁업체로부터 고인의 심리상담 자료를 권한 없이 확보한 뒤, 이 중 ‘남자친구와의 교제 어려움 토로’ 등 일부 내용만 발췌·왜곡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왜곡된 자료는 인사발령 공문서에 첨부돼 대국민 공개 문서로 유관부서에 발송되면서 고인의 인적사항과 상담 결과가 대내외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점검단은 이번에 비위 행위가 확인된 공직자 17명에 대해 엄중한 징계처분을 소방청에 요구할 계획이다. 아울러 관리 책임이 있는 퇴직자 2명과 소방서 내에서 추가로 드러난 위법 사행행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지난 11일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에서 소방공무원노동조합이 ‘광주소방본부 부조리 조직 문화 타파와 고(故) 소방공무원 사망 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숨진 소방공무원의 약혼자가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11일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에서 소방공무원노동조합이 ‘광주소방본부 부조리 조직 문화 타파와 고(故) 소방공무원 사망 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숨진 소방공무원의 약혼자가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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