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6 6·3지방선거 단체장 당선자 워크숍'에 자리하고 있다. 2026.6.21 © 뉴스1 황기선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력 당권주자인 정청래 전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는 뜻을 같이하면서도 논의 지연 책임을 둘러싸고는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다. 검찰개혁이 민주당 지지층의 핵심 의제로 꼽히는 만큼,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도 당권 경쟁과 맞물려 확산하는 양상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총리는 전날(25일) 오후 브리핑에서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고 밝혔다. 정 전 대표는 곧바로 SNS에 김 총리 브리핑 기사 제목을 공유하며 "국회에서 불가역적 완전 폐지할 테니 시행령도 완벽한 폐지로 준비해 달라"고 화답했다.
정부가 공식 입장을 정리하면서 검찰개혁 후속 입법 논의를 본격화할 여건은 마련됐다는 평가다. 다만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 10월 2일까지 후속 입법을 마쳐야 하는 만큼 시간은 촉박하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김용민 의원 등 당내 강경파도 지금 논의를 시작하지 않으면 일정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거듭 압박해 왔다.
金 "당이 5월 처리 거부"…鄭 "정부안 미제출? 1년 허송세월 아닌가"
후속 입법 시기를 둘러싼 긴장감이 커지는 가운데, 검찰개혁 논의가 늦어진 책임을 둘러싼 공방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 총리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실 지방선거 전인 5월 전에 오히려 먼저 이 문제를 빨리 끝내자, 정리하자고 당에 제안했던 사안"이라며 "그때 오히려 당에서 늦추자고 했던 것이기 때문에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전날 브리핑에서도 같은 취지의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1차 개혁안의 처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2차 개혁안을 애초의 당정 합의보다도 시간을 당겨서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5월에 처리하려고 했다"며 "그것을 당에 제안했으나 당의 요구로 이를 연기했다"라고 말했다. 당시 당 지도부의 판단을 지연 배경으로 거듭 언급한 셈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6.25 © 뉴스1 김명섭 기자
정 전 대표는 브리핑 직후에는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이후에는 김 총리의 브리핑 내용을 둘러싸고 잇따라 반론을 제기했다. 특히 정부가 별도 정부안을 제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두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 전 대표는 전날 오후 6시께 SNS를 통해 "정부안으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가 국회로 왔으면 제일 좋았을 것이다. 국회로 떠넘겼으니 이제 '그럼 지금 당장 하자'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며 "혹시 시간 끌기 작전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오후 7시 28분에도 정부안 미제출 방침에 대해 "1년 동안 허송세월을 한 것은 아닌지 참 그렇다"며 "시간 끌기용 꼼수가 아니길 두 손 모아 기도한다"고 적었다.
이번 충돌은 검찰개혁 자체를 둘러싼 입장차라기보다 개혁의 주도권을 둘러싼 공방 성격이 짙어 보인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검찰개혁 이슈가 당원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 주도권 경쟁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친명-친청 장외 신경전도
이런 가운데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은 일제히 정 전 대표를 비판하면서 김 총리를 엄호했다.
이건태 의원은 "여당 대표였던 사람이 정부의 공식입장에 대해 시간 끌기를 운운하다니 실망을 넘어 충격"이라고 했고, 박선원 의원도 "작년 이맘때 검찰개혁과 내란척결을 9월 추석 이전에 다 끝내겠다고 하던 분이 있었다"는 글을 올렸다. 논의 지연 책임을 역으로 정 전 대표에게 물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 의원의 글에는 최고위원 출마가 거론되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좋아요'를 눌렀다. 이에 친청(친정청래)계인 최민희 의원은 해당 글에 직접 댓글을 달아 맞받았다. 최 의원은 당시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당의 참여 요청을 거절했던 경위 등을 거론하며 검찰개혁 지연 책임을 정 전 대표에게 돌리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취지의 글을 공유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전북 정읍시 아우름캠퍼스에서 열린 당선인 워크숍에서 이성윤 의원과대화를 나누고 있다.2026.06.25 © 뉴스1 김동규 기자
박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정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이어갔다. '시간 끌기' 표현에 대해 그는 "당대표를 그저께까지 했던 분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게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지 잘 모르겠다"며 "입법은 국회 임무이기 때문에 정부의 기본 입장에 기초해 형사소송법을 조기에 개정하는 게 좋겠다는 것은 정부가 입법부를 대하는 정상적 태도로 본다"고 짚었다.
친명계의 공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어졌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정부를 향해 허송세월이니 꼼수니 말씀하는 분이 있다"며 "책임 있는 집권여당에는 갈등과 분열이 아니라 통합의 언어와 품격의 언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득구 최고위원도 "2차 개혁안에 대해 정부는 5월 처리를 당에 제안했지만 당의 거부로 연기된 것"이라며 김 총리를 거들었다. 이어 "5월 처리를 거부해 놓고 이제 와서 시간 끌기를 운운하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유력 주자들 모두 보완수사권 폐지라는 큰 방향에는 이견이 없지만, 후속 입법 논의를 둘러싼 신경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개혁이 민주당 전당대회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로 부상하면서 당권 경쟁 과정에서도 공방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liminallin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