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폐지보다 보완”…전문가들, 본투표 이틀제 제안

정치

이데일리,

2026년 7월 08일, 오후 03:50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열린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문가 간담회에서는 사전투표에 대한 국민 신뢰가 크게 훼손된 만큼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다만 사전투표가 참정권 확대에 기여해온 긍정적 효과를 고려할 때 제도 자체를 폐지하기보다는, 본투표를 이틀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이와 함께 선거관리위원회의 비상임 중심 조직을 상임체제로 개편하고 위기 대응 매뉴얼과 외부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선관위 운영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8일 국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원인 진단 및 선관위 구조 개혁 과제’를 주제로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에서는 사전투표 제도를 둘러싼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제로는 선거일 막판에 후보자 사퇴 등 중요한 변수가 많이 있는데 사전투표에는 이런 것들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며 “자유선거 원칙이라든지 보통선거 원칙이 오히려 침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적 관점에서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권자의 편의를 높여 오히려 참정권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8일 국회에서 열린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1차 전문가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 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8일 국회에서 열린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1차 전문가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 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다만 본투표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사전투표가 전체 투표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비중이 커진 데다 이번 사태로 국민 신뢰마저 흔들리면서 이를 보완할 새로운 투표 방식이 필요하다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였다.

문상부 전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은 “현재 사전투표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전투표를 폐지할 경우 투표 편의성과 참정권 확대라는 장점까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전투표의 장점은 살리되 본투표를 이틀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선관위의 비상임 중심 조직 운영을 지목하며 조직 개편 필요성도 제기했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관위 조직 구조가 비상임위원 중심으로 되어 있어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위원장을 상근으로 한다든지 상임위원을 3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진아 교수 역시 “선관위법 개정을 통해 선관위 상임위원화를 추진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선관위 내부에 법령해석 심의위원회를 두고 독립적으로 운영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헌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 교수는 “개혁안으로 가장 근본적인 것은 개헌”이라며 “개헌을 한다면 대법원장이 중앙선관위 위원 3명을 지명하도록 한 헌법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평균 4만8000건의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는데, 12명의 대법관이 평균 4000건을 처리해야 한다”며 “이를 하기도 바쁜 대법관을 중앙선관위원장으로 호선하니 선거관리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지고 조직 장악력도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제도 자체보다 운영 능력 부족이 더 큰 문제였다는 진단도 제기됐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번 사태는 기강 해이보다 역량 부족이 드러난 사례”라며 “투표용지 수요 예측 실패와 위기 대응 능력 부족, 플랜B 부재가 핵심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외부 감사 전문가를 채용해 감사기구를 구성하고 징계위원회도 외부위원 다수로 꾸려 독립적 내부 감사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며 “독립적인 선거관리 평가위원회를 법률로 설치해 선거가 끝난 뒤 제3자의 시각에서 선거관리 전반을 평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도 “이번 부실 선거관리는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라며 “투표용지 수요 예측에 실패했고 적절한 투표용지 배분도 실패했다.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 있었는지 의구심이 있고, 선관위의 보고·지휘 체계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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