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대 '룰의 전쟁'[이택수의 여론읽기]

정치

이데일리,

2026년 7월 13일, 오전 05:00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미디어 철학자 마샬 맥루한은 자신의 저서 ‘미디어의 이해’에서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유명한 명제를 남겼다. 메시지의 내용보다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 자체가 인간의 생각과 관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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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경선에서는 ‘경선 룰’이 메시지다. 매번 바뀌는 우리나라 정당의 경선 룰을 보면 누가 경선 초기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지가 보이고 경선 룰에 따라 당락이 바뀌면서 당의 얼굴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룰은 그만큼 중요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월드컵도 룰이 바뀌고 진화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참가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됐고 조별리그 승점이 같을 경우 골 득실보다 승자승 원칙을 우선해 순위를 결정하며 전·후반 각각 3분간의 물 보충 휴식 시간인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가 도입됐다. 또한 상대 선수와 대립할 때 입을 가리고 모욕적인 언사를 하면 즉시 퇴장당할 수 있다. 이러한 룰의 변경에 따라 국가별 이해가 달라지고 우승팀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다음 달에 있을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는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70%와 국민여론조사 30%를 반영하고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를 동일하게 보는 1인 1표제가 처음 적용된다. 문제는 당 대표 선출 과정에서 결선투표 대신 선호투표제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결정한 선호투표제는 최고위원회에서 재논의 중인데 최고위원회의 구성이 정청래 전 대표와 친한 이른바 ‘친청계’가 더 많기 때문에 번복될 가능성도 있다.

정청래 당 대표 후보 진영에서는 당헌·당규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고 김민석 후보 진영에서는 적법한 결선투표 방식이라고 맞서는데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도 후폭풍이 예상된다.

정청래 후보 측은 선호투표제가 특정 후보, 즉 김민석 후보나 송영길 후보 진영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히 3강 구도에서 탈락 후보의 2순위 표가 특정 후보에게 집중되면 1순위 결과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의심인 것이다.

선호투표제가 당헌·당규를 위반한다는 주장을 보면 당헌 제25조 제4호는 당 대표를 과반 득표로 선출하고 이를 위한 결선투표 실시를 규정하고 있는데 당규가 결선투표와 선호투표를 각각 별도의 투표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선호투표를 결선투표의 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선호투표제 찬성 측은 과반 지지 당선자를 한 번의 투표 과정에서 확정할 수 있고 사표를 줄이는 방식이어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는 당헌이 요구하는 과반수 득표 선출 원칙, 즉 결선투표의 한 방법이라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친명계 황명선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선호투표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적법한 당헌·당규 해석과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 도입된 우리 당의 결선투표 방식이자 이재명 대통령이 당에 남긴 레거시(legacy·유산)인데 이재명 당시 대표께서 고심 끝에 도입한 이 제도를 특정 후보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이제 와서 흔들고 있다”고 친청계를 비판하고 있다.

지금은 정리됐지만 ‘1인 1표제’도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으로 한동안 민주당을 들었다 놨다 했다.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율이 기존 20 대 1에서 1 대 1로 조정되면서 권리당원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정청래 전 대표에게 유리한 구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는데 이 부분이 일단락되자 이번엔 선호투표제 논란이 붉어진 것이다.

이는 마치 씨름에서 ‘샅바(허리띠)싸움’을 하는 씨름선수들을 연상시킨다. 명절 때 흔히 보던 샅바싸움을 하던 천하장사 후보들의 민낯이 요즘 여의도 정치권에서 자주 목격되는 것인데 어느 후보 진영이 샅바를 잘 잡고 초반 기세를 끌고 갈지는 선호투표제냐 결선투표제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샅바싸움도 어느 정도면 봐 줄만 하겠지만 너무 길어지면 시청률이 떨어질 수 있다.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를 위해서라면 샅바싸움도 적당히 해야 한다. 아무쪼록 경선 룰이 이제 어느 쪽이든 정착이 돼서 경선 룰 갈등을 더 이상 안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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