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허위정보도 '돈 많으면 더 배상'?…"정망법 원점 재검토해야"

정치

이데일리,

2026년 7월 14일, 오전 09:09

[이데일리 김한영 기자]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에 ‘가해자의 재산 상태’를 고려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재산이 많으면 더 가중처벌하고, 아니면 덜 처벌한다는 것 자체가 고무줄 규제 아니겠습니까. 원점 재검토가 답입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언론자유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장겸 의원은 지난 10일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위·조작정보를 줄이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행 법안은 정부가 사실상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는 구조인 데다 징벌적 손해배상 기준도 모호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법안을 보면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가해자의 재산 상태’를 고려하도록 돼 있다”며 “같은 허위정보를 유통했더라도 자산이 많은 언론사는 더 많이, 자산이 적은 유튜브나 사업자는 더 적게 배상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는 손해액의 최대 5배에 해당하는 배상액을 정할 때 법원이 ‘가해자의 재산 상태’를 고려하도록 명시돼 있다. 다만 재산 상태를 어떤 범위까지,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지는 법안에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영향력이나 피해 정도가 아니라 재산 규모가 사실상 판단 요소가 되는 것은 예측 가능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런 식이면 법 적용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정부가 허위·조작정보 판단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 자체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정부가 지원하는 기관이 허위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지원과 독립성이 양립할 수 있는지 국민들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구조가 아니라면 결국 정부가 불편한 정보나 비판이 규제 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고 말했다.

여권이 해당 법안의 근거로 제시한 유럽연합(EU) 디지털서비스법(DSA)과도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EU의 DSA는 신고 처리와 이의제기, 투명성 강화 등에 의무를 부과하는 ‘시스템 규제’”라며 “반면 이번 법은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이 모호한 상황에서 그 판단 과정에 정부 영향력이 개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법안 구조가 일반 이용자의 ‘칠링 이펙트(위축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반 국민은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이 아니지만 게시물이 삭제되거나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스스로 표현을 자제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 제재가 일어날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결국 이용자와 플랫폼 모두 법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과도하게 자기검열을 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허위·조작정보를 근절해야 한다는 데 우리 당에서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다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 규제가 아니라 투명성과 절차를 강화하는 시스템 규제로 가야 한다. 여야가 다시 협의해 표현의 자유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면 재검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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