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마님' 틀이 깨졌다?…요상해진 靑실장들

정치

이데일리,

2026년 7월 16일, 오전 05:0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4일 밤, 셰이크 하마드 빈 할리파 알사니 카타르 전 국왕의 서거를 애도하는 조문 특사로 출국했다. 이번 파견은 카타르 측이 직접 강 실장의 파견을 요청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실장이 지난 4월 카타르에 특사로 파견되어 카타르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신뢰를 쌓은 인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5월 이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주말마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문의 글을 올리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철학과 목표를 담은 이 글들의 분량은 평균적으로 A4 용지 2장 정도다.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는 직함의 무게 때문인지, 그가 글을 올릴 때마다 코스피 시장이 출렁이는 등 시장이 즉각 반응하고 있다.

‘대통령을 묵묵히 보좌한다’라는 이미지에 갇혀 있던 청와대 고위 참모들이 이재명 정부 들어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보좌하는 역할을 넘어 대외적인 소통 창구로 전면에 나서고 있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도 빈번해졌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사진=연합뉴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사진=연합뉴스)
◇ X세대 강훈식, 바깥 특사 역할까지 도맡아

이 중에서도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단연 대표 주자다. 이전 정부의 비서실장들은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주로 장관 후보자 등 주요 인사 선임 브리핑 때나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비서실장의 발언이 자칫 ‘대통령의 뜻’으로 오인될 수 있어 SNS 활동도 극도로 자제하는 편이었다.

정치인 출신 비서실장이라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통령 뒤에서 묵묵히 보좌하는 역할에 더 방점을 두었다. 반면 강 실장은 과거 비서실장들과 확연히 다른 결을 보인다. 빈번한 특사직 수행이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지난 4월 강 실장은 전략경제협력특사로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4개국을 방문했다. 당시 강 실장은 이 대통령을 대리해 방문국 고위층을 만났고 원유와 나프타를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때 확보한 원유량만 2억 7,300만 배럴로, 우리나라 전체 소비량의 석 달 치에 가까운 규모다.

강 실장은 이외에도 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 특사로 파견되었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전직 관계자들도 강 실장의 잦은 특사 활동에 대해 “(이전 실장들과 비교하면) 이례적이고 특이하다”고 입을 모았다.

데이터 : 구글트렌드     월(月) 기준 ‘최고 검색빈도’를 100으로 놓고 봤을 때 상대적으로 나타난 값.
데이터 : 구글트렌드
월(月) 기준 ‘최고 검색빈도’를 100으로 놓고 봤을 때 상대적으로 나타난 값.
이러한 적극적인 행보는 검색 빈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15일 기준 구글 트렌드를 척도로 ‘대통령비서실장’의 검색 빈도를 살펴본 결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비서실장’의 검색 빈도가 과거 어느 정부보다 높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재명 정부 동안 ‘대통령비서실장’의 검색빈도지수는 24(월간 기준 평균)로 윤석열 정부의 10, 문재인 정부의 7.12보다 2~3배 이상 높았다.

SNS 사용 빈도만 놓고 봐도 강 실장은 역대 실장들을 압도한다. 문재인 정부의 첫 대통령비서실장인 임종석 전 실장이 재임 기간(20개월) 동안 월평균 1.75회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반면, 강 실장은 월평균 5.54회에 달했다. 임 전 실장이 주로 업무와 분리된 개인사를 SNS에 올렸다면, 강 실장은 특사 파견 등 공식 업무와 관련된 글이 주를 이뤘다.

◇ YB(김용범)는 장문의 글로 위성락은 말로

정부가 바뀔 때마다 개편·폐지·부활을 반복했던 정책실장도 현 정부 들어 완전히 다른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내부 조력자나 중재자 역할에 머물렀던 과거 정책실장들과 달리, 공개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중심에 김용범 정책실장이 있다.

김 실장은 자신의 경제 정책 철학을 담은 장문의 글을 SNS에 꾸준히 올리고 있다. 각 글의 평균 분량은 A4 용지 1.8장 안팎이다. 청와대 내부 전언에 따르면, 김 실장은 AI 호황을 맞이한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집필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과 상시 정책을 논의하고 관련 부처들과 소통하는 정책실장의 메시지인 만큼, 그 파급력은 상당하다. 실제로 지난 5월 11일 김 실장이 AI 시대의 막대한 세수 증가를 예상하며 ‘국민배당금(가칭)’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하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투자자들은 이를 ‘정부가 AI 기업의 초과이익을 환수할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였고, 블룸버그가 이 소식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긴급 타전하면서 국내 주가가 크게 출렁이기도 했다.

이러한 행보 속에 정책실장의 대외 노출은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구글 트렌드의 ‘정책실장’ 키워드 검색지수 역시 급증했는데, 이는 윤석열 정부나 문재인 정부 시절과 비교해 5~6배가량 높은 수치다.

이들과 달리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직접적인 대면 소통을 중시하는 편이다. SNS보다는 기자단 브리핑 등을 통해 언론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1954년생 외교관 출신으로 SNS 등 디지털 소통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위 실장은 한번 소통에 나서면 기자들과 대화에 가장 적극적이다. 공식 브리핑도 이전 안보실장들과 달리 빈번하고 백브리핑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에 거침없이 답한다. 온라인에는 약할지 몰라도 오프라인에서만큼은 적극적이다.

가끔은 직설 화법을 쓸 때가 있다. 예컨대 지난 3일 브리핑에서 위 실장이 미국 측의 주장(‘쿠팡에 대한 차별적 대우’)을 반박한 경우다. 그는 “조사에 따르면 (쿠팡 사태로) 3300만건 이상의 인적 정보가 유출됐다”면서 “이러한 유사한 정보 유출이 미국에서 있었다면, 중국에 유출됐는데 어디로 간지 모른다면 미국에서 심각한 이슈가 아닐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가 미국이라고 해도 사실에 어긋난 것에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 참모들의 이 같은 업무 방식 변화를 ‘시대적 흐름’으로 분석한다. 유튜브와 SNS 플랫폼 활용이 정치인들 사이에서 보편화된 데다, 이재명 대통령 스스로가 SNS를 통한 직접 소통에 능하며 참모들에게도 이를 적극 장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훈식 비서실장이나 김용범 정책실장의 행보는 새로운 시대, 변화된 정부가 일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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