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정부의 서남권 반도체 프로젝트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한 3대 메가 프로젝트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이 기존 국내 발전 총량의 58%에 달한다는 추산이 나왔다. 원전 몇개로 감당할 수준이 아니라 전력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재생 중심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정부 에너지 정책 기조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사진=노희준 기자)
호남 신규 팹 4기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수요는 각각 6.3GW, 18.4GW로 총 24.7GW로 알려져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용인 반도체 팹 10기에 필요한 전력은 15GW 수준이다. 정용훈 교수는 “이는 기존 발전량의 절반을 다시 짜는 수준으로 원전 2~4기 논의로 감당할 규모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국내 대형 원전 1기의 발전용량은 보통 1.4GW수준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포스코 등 철강업의 수소환원제철 전환까지 보면 25~30GW 안팎이 더 붙을 수 있다”면서 “이를 총 합치면 지난해 총 발전량과 맞먹거나 넘어서는 규모로 지금 논쟁 단위는 너무 작다”고 강조했다.
수소환원제철은 기존의 화석연로 대신 수소를 환원제(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역할을 하는 물질)로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저탄소 제철 기술로 포스코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이 기술을 장기 전략의 핵심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정 교수는 “2030년대 앞으로 10년 뒤 한국전력 하나를 새로 만들어야하는 수준의 전력은 ‘아기배문법’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면서 “먼저 계획을 하고 전력은 나중에 어떻게 해보자 하면 되지 않는다. 저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 하는 국가 차원의 청사진이 나와야 할 시점이 됐다”고 역설했다.
호남 반도체 계획과 정부의 현재 기후 에너지 정책 사이에 중대한 모순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토론에 나선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호남 반도체에 필요한 전력을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중심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인데, 재생에너지와 원전 모두 출력 조절이 어려운 경직성 전원”이라며 “따라서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나 LNG발전 확대는 탄소중립기본법과 모순돼 호남 반도체 성공을 위해서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이 필수”라고 언급했다. LNG발전은 석탄보다 CO₂ 배출은 적지만, 천연가스를 태우는 화석연료 발전이어서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수립·변경하도록 규정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지난해 NDC를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61% 감축으로 대폭 상향했다.
이에 따라 신재생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정부의 현 에너지 정책 기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발제에 나선 정 교수가 추산한 필요 전력량을 언급하며 “지난해 총 발전량에 맞먹는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정부의 편향된 에너지 정책 기조를 ‘무탄소에너지 중심의 안정적 에너지 공급’으로 전환하고 신재생에너지의 무리한 확대보다는 원전 발전 비중 증대와 가스발전의 역할 인정 방향이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심 교수는 또 “호남 클러스터 기저전원 논의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은 이미 존재하는 설비인 한빛 원전(6기, 5.9GW)의 계속운전 적기 이행과 사용후핵연료 부지 내 건식저장 시설의 적기 건설”이라며 “계속운전 심사와 저장시설 인허가 어느 하나만 지연돼도 한빛 원전은 순차 정치되며 이는 곧 호남 클러스터 전력공급 계획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전라남도 영광군에 있는 한빛 1호기는 지난해 12월 운영허가 만료와 함께 정지됐다. 또 2호기도 오는 9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한빛 1·2호기 계속운전 심사를 하고 있는데 연내 마무리를 예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심사는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을 안정성 심사를 거쳐 추가로 운전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절차다. 사용후핵연료를 물속에 담가 식히고 방사선을 차폐하는 저장시설인 사용후 핵연료 습식저장소는 2030년 포화가 예상돼 운영자인 한수원이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을 추진 중이며 현재는 영광·고창 주민 의견 수렴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고동진 의원은 개회사에서 “반도체 산업 정책은 그 어떤 분야보다 면밀한 검증과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면서 “정치적 구호나 단기적인 지역균형 논리만으로 국가산업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국민의힘 주호영·윤재옥·신상범·조배숙·이양수·이성권·김정재·배현진·한동훈·우재준·이진숙·박정훈·정성국·이달희·김건·진종오·배준영·엄태영·권영진·윤상현 의원 등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