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학교 개혁, 민간교수 확대만으론 한계…'연구중심 군사대학' 돼야

정치

이데일리,

2026년 7월 20일, 오전 05: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정부가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한 국군사관학교 신설을 추진하면서 국내 장교 양성체계가 수십 년 만에 큰 변화를 앞두게 됐다. 그러나 통합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의 질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학원과 연구기능 없이 조직만 통합하는 방식으로는 세계적 수준의 군사교육기관으로 도약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각 사관학교 통합, 민간교수 50%로 확대

국방부는 연내 국군사관학교 설치법을 발의해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창설 시기와 생도 선발 계획, 소요 예산 등 세부 방안은 공청회 등을 거쳐 오는 10월 발표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이번 개편이 각 군별로 분산 운영되는 교육체계의 비효율성을 줄이고 합동성 중심의 장교 양성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전 자운대는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밀집해 있어 군사과학 교육과 산학연 협력에 유리한 입지라는 판단도 반영됐다. 아울러 기존 교육시설을 하나의 교육 플랫폼으로 통합하고 민간 교수 비율을 현재 24%에서 50% 이상으로 확대해 교육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국방부가 지난 16일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이 현실화 될 경우 현재 서울 태릉과 경남 창원, 충북 청주에 있는 육군·해군·공군 사관학교가 대전 자운대에 통합 사관학교로 새롭게 출범한다. 사진은 지난 2월 20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통합 임관식에서 사관생도들이 국가수호 결의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방부가 지난 16일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이 현실화 될 경우 현재 서울 태릉과 경남 창원, 충북 청주에 있는 육군·해군·공군 사관학교가 대전 자운대에 통합 사관학교로 새롭게 출범한다. 사진은 지난 2월 20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통합 임관식에서 사관생도들이 국가수호 결의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단순히 민간 교수 비율을 높이는 것만으로 교육 경쟁력이 확보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사관학교는 일부 교수요원의 경우 석사학위만으로도 임용 가능한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국내 주요 대학들은 대부분 박사학위와 연구실적을 갖춘 교원을 중심으로 우수 연구자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군통합사관학교가 학사과정 중심의 교육기관에 머물 경우 우수 연구자를 유치하는 데 구조적인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학원과 연구기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교수들이 연구를 지속하고 학문적 성과를 축적할 기반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를 통해 축적된 최신 지식이 생도 교육으로 이어지고, 다시 군 정책과 군사학 발전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사관학교 교육의 질적 수월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 과제로 대학원 설치와 연구기능 강화를 지속적으로 제시해 왔다. 사관학교 통합이 운영 효율성과 합동성 강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교육 경쟁력은 연구기반 구축과 우수 교수진 확보가 함께 이뤄질 때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캐나다는 대학원, 독일은 연구중심

해외 주요국 사례를 봐도 장교 양성체계 개편의 초점은 조직 통합 자체보다 교육과 연구 경쟁력 강화에 맞춰져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캐나다다. 캐나다는 1968년 육·해·공군을 하나의 캐나다군(Canadian Armed Forces)으로 통합하면서 장교 양성도 왕립군사대학(Royal Military College of Canada)을 중심으로 일원화했다. 통합군제를 채택한 만큼 사관학교 역시 하나의 대학 체제로 운영하지만, 공통 교양교육과 리더십 교육은 함께 실시하고 군별 전문교육은 별도로 운영한다. 대학원 과정과 연구기능도 함께 갖춰 교육과 연구를 연계하고 있다.

독일은 군사교육과 대학교육을 분리한 모델이다. 장교후보생들은 먼저 육·해·공군 장교학교에서 군사교육을 받은 뒤 함부르크와 뮌헨의 연방군대학교(Universitat der Bundeswehr)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함께 이수한다. 군사훈련은 각 군이 맡지만 고등교육과 연구는 하나의 대학이 담당하는 구조다. 교수진의 상당수가 민간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일반 대학과 동등한 수준의 연구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그래픽=이미나 기자)
일본 역시 방위대학교에서 육상·해상·항공자위대 간부후보생을 함께 교육한다. 약 23만 명 규모의 자위대를 운용하면서도 학부 과정부터 합동성을 체득하도록 설계했고, 졸업 이후 각 자위대에서 전문 군사교육을 이어가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웨스트포인트와 아나폴리스, 공군사관학교 등 군별 사관학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대신 합동교육과 교환교육, 공동훈련을 강화해 군 간 협업 역량을 높이고 있으며, 장교들은 이후 해군대학원(Naval Postgraduate School)과 각 군 전쟁대학, 민간대학 등을 통해 석·박사 교육과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한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사관학교는 교육기관이라기보다 군부대로 인식되면서 교수들 역시 군 조직의 일부처럼 운영돼 연구와 교육의 자율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했다”며 “우수한 민간 교수를 확보하려면 단순히 비율을 높이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연구할 수 있는 환경과 국립대학 수준의 자율성, 처우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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