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청년의 내 집 마련, 그냥 잘살아 보고 싶은 마음인데

정치

뉴스1,

2026년 7월 26일, 오전 05:05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있다. 2026.7.23 © 뉴스1 허경 기자

"집 사서 시작하는 청년이 어디 있습니까?" 최근 정부 관계자에게 대출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 사정을 전하자 돌아온 답이다. 결혼과 함께 서울 변두리에 작은 집을 사려는 청년이 적지 않다 했지만, 그는 "우리 땐 월세나 전세부터 시작해 돈 모아 집을 샀다"고 했다.

정부와 청년 사이 '인식의 간극'을 느낀 건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청와대 한 참모는 지난 5월 브리핑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강남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며 "이례적인 일"로 평가했다. 반면 서울 외곽 15억 원 이하 아파트 가격 상승엔 "그동안 거래가 이뤄지지 않던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일 뿐,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대통령 지지율의 하락세 속에서 특히 30대 이탈이 유난히 눈에 띄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청년들에게 정쟁보다 더 절박한 것은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다. 집값이 오르내리는 문제를 떠나 "집은 나중에 사도 된다", "15억 원 이하 아파트 가격 상승은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라는 인식 자체가 청년들의 삶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20대 초반 서울로 상경해 아르바이트하며 월세를 살고, 취업한 뒤에는 전세대출을 받아 이자를 낸다. 해마다 전월세값을 올리겠다는 집주인의 전화에 이어 전세 사기라는 파도까지 넘긴 끝에 비로소 30대가 된다. 한 사람을 만나 결혼을 약속하고, 서로 모은 돈에 감당 가능한 대출을 받아 적당한 집 한 채를 마련하려는 청년들은 투기나 사치를 꿈꾸는 것이 아니다. 그냥 잘살아 보고 싶은 마음일 뿐이다.

'돈 모아 집 사라'는 어른들의 말이 이자에 허덕이며 살지 말라는 따뜻한 조언인 건 안다. 그러나 그 조언이 조언으로 들리지 않는 건 현실이 너무 달라졌기 때문이다. 내 연봉은 운 좋아야 '백' 단위로 오르는데, 집값은 아무렇지 않게 '억' 단위로 뛴다. 매매·전세·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강세' 속에서 "돈 모아 집 사라"는 말은 사실상 "집 사지 말라"는 통보와 다름없다.

정책 설계자들의 인식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이 청년들의 내 집 마련 사다리는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정부가 은행별 대출 한도를 기계적으로 관리하면서 투기 세력이 아닌 거주용 한 채를 구하려는 30대 실수요자들부터 대출 문턱에서 낙마하고 있다. 한 은행은 한도를 맞추기 위해 실수요 여부와 상관없이 6억 원이던 대출 한도를 3억 원으로 일괄 축소했다. 부동산 정책의 본래 목적인 '투기 차단과 실수요자 보호'가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셈이다.

정부와 청년 사이의 인식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 최근 청와대는 청년미래비서관실을 신설하고 청년 인턴을 채용하는 등 청년 소통에 나섰다. 이러한 노력이 보여주기식 조치에 그치지 않고 청년들의 현실이 정책에 온전히 반영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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