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유치를 위해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특정 산업·지역에만 예외를 허용할 경우 주 52시간제의 기본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면서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까지 진행되고 있어 본격적인 논의는 차기 지도부 출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후에너지위 중심 신중론 “특례 필요성 입증해야”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부에서는 메가특구 내 고소득 전문직의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방안을 놓고 신중론과 규제 완화론이 맞서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그동안 유지해온 노동정책의 원칙을 기준이 흔들릴 수 있다”면서 “산업별 특수성만을 이유로 근로시간 규제에 예외를 두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반도체특별법을 논의할 때도 기업들이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충분한 소명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근로시간 규제를 완화하면 왜 안되는지 객관적인 자료가 먼저 제시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다른 민주당 의원은 “현황이나 통계 등 정확한 자료를 통해 특례 조항 도입 필요성, 적절성 등을 실증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과거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 논란 있을 때도 삼전닉스 중심으로 굉장히 세게 얘기했는데 따지고 들어가보면 현행 근무시간 양사 실태가 주 52시간도 풀 케파로 다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앞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반도체특별법 등을 심사하면서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노동계 반발과 여야 이견이 이어지면서 해당 조항은 최종 통과 법안에서 제외됐다.
당시 산자위 심사 과정에서도 반도체산업에만 근로시간 특례를 인정할 경우 다른 첨단산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인 김성환 의원은 당시 “52시간 제도는 그 제도의 취지들을 고려해서 여러 가지 예외 규정을 이미 근로기준법에 두고 있다”면서 “반도체 특별법에 주52시간의 예외 규정을 별도로 두는 게 제가 보기에는 별 실익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대노총 반발…산자위 일각은 규제 완화론
이번에도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은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이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정부에 요구했다. 특히 사회적 대화의 출발점으로 이재명 대통령과의 면담도 요청했다.
양대 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모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강화하겠다는 AI(인공지능) 전환을 노동자의 권리를 제약하는 메가특구법 제정으로 시작하겠다는 발상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AI전환은 시급성만큼이나 사회적 숙의와 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특정 산업에서 예외가 허용되면 다른 산업과 기업도 동일한 특례를 요구하면서 주52시간제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3대 메가 프로젝트 지원 특별위원회'의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3대 메가프로젝트와 관련해 대규모 투자를 끌어오기 위해 세제·금융 혜택과 전력·용수·도로 지원을 담은 메가특구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한병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입법이면 입법, 예산이면 예산, 필요한 제반 사항을 적시에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정부안이 구체화하더라도 실제 국회 통과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 52시간제 예외는 개별 상임위원회의 판단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노동정책의 핵심 사안인 만큼 당론 채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결국 당론으로 채택돼야 속도를 낼 수 있는데 그전까지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산자위 자체 분위기만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본회의 표결까지 가려면 당 전체의 입장이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정치 일정도 변수다. 전당대회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노동계의 반발 가능성이 큰 사안을 주도적으로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전당대회 기간이어서 누군가 총대를 메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론으로 추진하더라도 전당대회가 끝나야 본격적인 논의가 가능할 텐데 누가 당대표가 되느냐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