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5일 기업의 실질가치를 기준으로 상장주식 평가액의 하한을 설정하는 내용의 ‘주가누르기 방지법’을 발의하고 정부안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현행법은 상장주식의 상속·증여재산 가액을 평가기준일 전후 각 2개월간의 평균 시세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주가가 낮을수록 최대주주의 상속·증여세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여서 최대주주가 배당과 주주환원, 기업가치 제고에 소극적으로 나서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3일 장기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 등을 ‘주가 누르기 기업’으로 추정해 주식 평가액을 다시 산정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의원실 제공)
이 의원은 정부안이 적용 대상을 지나치게 좁게 설정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장기 저PBR 판단 기간인 13개 반기 가운데 2개 반기만 기준선을 벗어나도 추정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가 누르기 판단 기준으로 제시된 자기주식 대상 교환사채 발행은 이미 금지됐고 중복상장도 ‘원칙 금지·예외 허용’ 기조에 따라 엄격한 심사를 받고 있어 실제 적용 사례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이 의원은 지적했다.
기업의 자산과 실적 등 실제 가치가 아닌 동종 업계 내 PBR 순위와 과거 주가를 기준으로 적용 여부와 평가액을 결정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해당 기업의 가치가 달라지지 않아도 동종 기업의 주가 변동에 따라 PBR 순위가 바뀔 수 있고, 장기간 저평가된 기업은 과거 평균주가 역시 낮아 적정가치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평가 방식의 적용 여부가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 판단과 납세자의 입증 결과에 따라 달라져 조세법률주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자본잠식이나 회생절차, 구조조정 등으로 주가가 불가피하게 하락한 기업에 대한 명확한 예외 규정과 상장 자회사·손자회사를 이용한 우회 방지 장치가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상장주식의 시가가 세법상 1주당 순자산가치의 80%에 미달하면 비상장주식 평가 방식을 적용하도록 했다. 이렇게 산출된 평가액도 순자산가치의 80%를 밑돌지 못하도록 하한을 설정했다.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하에서는 상속·증여세가 추가로 줄어들지 않도록 해 최대주주의 인위적인 주가 억제 유인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평가 기준은 회계상 장부가치가 아닌 세법상 순자산가치를 적용한다.
다만 자본잠식 상태이거나 경영정상화 약정 또는 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기업, 국가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기업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기업의 실적이나 업황 악화에 따른 주가 하락까지 주가 누르기로 간주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상장 자회사와 손자회사 주식에도 같은 평가 방식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하위 회사부터 평가 하한을 적용한 뒤 이를 모회사 주식가치에 반영해 자회사 등의 저평가를 이용한 우회를 막겠다는 구상이다.
개정안에는 최대주주 주식에 적용되는 20% 할증평가를 상장·비상장주식 모두 폐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주가를 낮춰 상속·증여세를 줄이는 것은 막되 최대주주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인 할증을 적용하는 부담은 없애겠다는 것이다.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상장주식을 상속세 물납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상속세 납부를 위한 대규모 주식 매각으로 주가가 급락해 일반주주가 피해를 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 의원은 “주가를 낮춰도 세 부담이 줄지 않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최대주주에게도 유리하도록 경제적 유인 자체를 바꿔야 한다”면서 “재정경제부는 세제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