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포장부터 운반까지 로봇이…확 달라지는 육군 보급창

정치

이데일리,

2026년 8월 07일, 오후 04:31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3D 비전카메라가 보급품의 모양과 위치를 인식하자 로봇팔이 물자를 집어 팔레트 위에 차곡차곡 쌓았다. 옆에서는 협동로봇이 접혀 있던 상자를 펼쳐 포장용 박스를 만들고, 또 다른 로봇은 보급품을 소포장했다. 포장이 끝난 물자는 사람이 운반하지 않았다. 무인지게차와 무인운반차(AGV), 무인궤도차가 다음 공정까지 알아서 옮겼다.

인력과 수작업에 의존했던 육군의 군수 현장이 AI와 로봇 중심의 ‘스마트 물류’ 체계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육군은 7일 세종시 육군종합보급창에서 하헌철 군수참모부장(소장) 주관으로 군수 정책설명회를 열고 제1보급단 스마트 물류센터의 운영 현장을 공개했다.

7일 세종시 육군종합보급창에서 열린 육군 군수 정책설명회 및 스마트 물류센터 운영 공개현장에서 무인지게차가 팔레트를 들고 있다. (사진=육군)
7일 세종시 육군종합보급창에서 열린 육군 군수 정책설명회 및 스마트 물류센터 운영 공개현장에서 무인지게차가 팔레트를 들고 있다. (사진=육군)
제1보급단 스마트 물류센터는 물자의 입고부터 보관, 재고관리, 분류, 불출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로 통합 관리한다. 각 공정에는 로봇과 무인운반장비가 연계돼 기존 인력 중심의 물류 업무를 자동화하고 있다.

현재 제1보급단은 국토교통부 인증 2등급 스마트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육군은 앞으로 육군종합보급창 예하 3개 보급단을 1등급 스마트 물류센터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AI 군수지원 소요산정 모델과 자율주행 무인지게차·무인운반차 등을 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해 물류의 지능화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특히 육군은 보급품 수요를 예측하는 AI 군수지원 소요산정 모델을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제1·5군수지원사령부에서도 무인지게차와 무인운반차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물자의 입고에서 불출까지 AI와 로봇이 통합 관리하는 지능형 창고관리체계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7일 세종시 육군종합보급창에서 열린 육군 군수 정책설명회 및 스마트 물류센터 운영 공개현장에서 협동로봇이 박스를 제함하고 소포장하여 정리 하고 있다. (사진=육군)
7일 세종시 육군종합보급창에서 열린 육군 군수 정책설명회 및 스마트 물류센터 운영 공개현장에서 협동로봇이 박스를 제함하고 소포장하여 정리 하고 있다. (사진=육군)
정비 현장도 달라진다. AI·빅데이터·로봇을 접목한 ‘스마트 팩토리’ 기반 정비체계를 구축해 장비가 고장 난 뒤 수리하는 방식에서 장비 상태를 분석해 고장을 미리 예측하고 필요한 시점에 정비하는 상태기반정비체계로 전환한다. 이를 통해 장비 가동률을 높이는 동시에 유지비용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민간의 정비 능력을 군에 접목하는 MRO(유지·보수·정비) 확대도 주요 정책이다. 육군은 현재 K2 전차와 국지방공레이더 등 16개 장비에 성과기반군수지원(PBL)을 적용하고 있다. PBL은 군수지원업체와 장기계약을 맺고 목표 가동률 등 성과지표를 제시한 뒤, 업체가 정비·수리부속 등 군수지원 요소를 제공하고 그 성과에 따라 대가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야전부대 정비를 지원하는 야전정비지원센터를 서부권역에 추가하고 향후 동부와 후방권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MRO는 K방산 수출 지원 정책과도 연결된다. 육군은 오는 9월 폴란드에서 한국형 성과기반군수지원(K-PBL) 기반 MRO 세미나를 열고 방산 수출 이후 현지 운용·정비 지원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축적한 PBL 및 MRO 경험을 K-방산의 후속군수지원 경쟁력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전투 현장에서 보급품을 전달하는 방식도 바뀐다. 육군은 군수부대에 PLS(Palletized Load System)를 단계적으로 보급한다. 군수물자를 팔레트나 컨테이너에 미리 적재한 뒤 차량 자체 장치로 싣고 내릴 수 있어 별도의 지게차나 크레인이 필요하지 않다.

차량 접근이 어려운 산악·고립지역에는 탑재중량 40㎏급 수송드론을 투입한다. 무거운 물자를 옮기는 장병을 돕는 착용형 웨어러블 로봇도 활용한다. 상용위성과 육군 모바일 업무체계폰(AMOS)을 활용해 군수정보 공유부터 물자 청구와 보급까지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체계도 구축한다.

7일 세종시 육군종합보급창에서 열린 육군 군수 정책설명회에서 모바일 업무체계폰(AMOS)과 무전원 근거리무선통신 기술(NFC)을 적용한 열쇠없는 육군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육군)
7일 세종시 육군종합보급창에서 열린 육군 군수 정책설명회에서 모바일 업무체계폰(AMOS)과 무전원 근거리무선통신 기술(NFC)을 적용한 열쇠없는 육군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육군)
‘열쇠 없는 탄약고’도 추진한다. 기존 물리적 열쇠와 수기 기록 중심의 총기·탄약 관리 방식을 디지털 인증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육군은 모바일 업무체계폰과 무전원 근거리무선통신(NFC), 생체인증 기술을 연계해 총기·탄약 관리시설을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열쇠 없는 육군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올해 9사단 등 3개 부대에서 시범 적용해 군 적합성을 검증한 뒤 2034년까지 전 부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미래 전장의 ‘전기 문제’에 대비한 에너지 체계도 구축한다. 육군은 태양광에서 수소, 원자력까지 차세대 에너지원 도입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올해 말까지 상무대에 200억원을 투입해 육군 최초의 마이크로그리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토대로 육군 표준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인 ‘아미 그리드(Army-Grid)’를 정립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수소 기반 기동장비 도입도 확대한다. 기존 내연기관 장비가 가진 소음과 발열, 연료효율 문제를 줄여 작전지속시간과 생존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병사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군수지원 개선도 병행한다. 현재 하루 1만4000원 수준인 장병 급식비를 2030년까지 1만6000원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올리고 개인 맞춤형 선택식과 뷔페형 급식을 도입한다. 민간위탁급식도 40개 부대까지 확대한다.

병영생활 비품 역시 4인 생활관 개선사업 등과 연계해 민간 기숙사 수준으로 보강하고 상업용 세탁기·건조기 등 상용제품 보급을 늘린다. 훈련 현장에는 민간 위탁 편의시설을 패키지 형태로 지원하고 가전제품을 세척·정비하는 ‘클린 앤드 케어(Clean & Care)’ 서비스도 확대한다.

이날 스마트 물류센터 야외전시장에는 워리어플랫폼 10종과 새로 전력화하는 전력지원체계 장비·물자 24종 등 총 34종도 전시됐다. 이 가운데 PLS 체계와 수송드론, 착용형 웨어러블 로봇, 이동형 마이크로그리드 등 4종은 실제 가동 과정이 시연됐다.

하헌철 육군 군수참모부장은 “장병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의식주 개선부터 미래 전장의 작전지속을 뒷받침할 스마트 군수체계까지 육군 군수정책의 현재와 발전 방향을 현장에서 보여주는 자리”라며 “민간의 전문역량과 AI·로봇 등 첨단과학기술을 군수 현장에 적극 접목해 전투부대에 필요한 군수지원을 적시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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