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에 입씨름만…정책·비전 실종된 집권여당 전당대회

정치

뉴스1,

2026년 8월 08일, 오전 06:00

더불어민주당 송영길(왼쪽부터), 김민석, 정청래 당대표 후보. 2026.8.5 © 뉴스1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새 지도부를 뽑는 8·17 전당대회가 민생을 위한 정책 경쟁의 장이 아닌 '막말 공방'으로 얼룩지고 있다.

김민석·정청래 후보의 양강 구도로 흘러가는 당대표 선거뿐만 아니라 친청(친정청래)계 최민희 후보가 선두를 달리는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계파 간 '때리기'가 격화하는 양상이다.

8일 여권에 따르면 정청래 후보의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논란에 이어 친청 이성윤 최고위원 후보의 '주석야청' 표현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주석야청, 호남의 민심이다"라고 적었다. 호남 민심이 낮엔 김 후보, 밤엔 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뜻으로 추정됐다.

친민(친민석)계는 이 표현이 여순사건과 한국전쟁 당시 호남의 비극적 역사를 연상시키고 호남 민심을 왜곡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용 최고위원 후보는 페이스북에 "'낮에는 태극기, 밤에는 인공기'라는 비극을 떠올리는 호남 시민이 많다"며 "처절한 역사를 계파 선거의 말장난으로 썼다"고 지적했다.

임미애 최고위원 후보는 "빨치산의 위협 때문에 낮에는 대한민국, 밤에는 공산당이었던 아픈 역사를 호남 당원들에 빗대나"라고 물었다.

송영길 당대표 후보는 "당원을 동원 대상이나 표 주는 기계쯤으로 여기는 정신상태"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지난 3일 최고위원 후보 방송토론회에선 '박쥐-일베' 입씨름이 벌어졌다. 김영호 후보는 최민희 후보가 찍힌 유튜브 영상을 거론하며 "최 의원이 저를 박쥐라고 했다. 이게 바로 일베 문화"라고 따졌다. 최 후보는 "그 얘기가 본인에게 들어갔다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후보는 "못 들었으면 사과할 필요 없다는 거냐"고 했고, 지난 4일엔 SBS 라디오에서 "동료 의원을 폄하하고 모멸감을 주는 게 진짜 일베"라고 거듭 최 후보를 직격했다.

때아닌 '노사모 공방'도 일었다. 정 후보가 최근 자신을 노사모 출신이라고 강조한 것에 노사모 마지막 대표를 지낸 '달바라기'는 입장문을 내고 "노사모 명의는 특정 계파나 개인 전유물이 될 수 없음에도 정치적 이익에 따라 브랜드만을 소비한다"고 비판했다.

의전비서관 등 노 전 대통령을 모신 서갑원 전 의원은 이와 관련 "이제는 파묘를 거두고 미래를 논해야 한다"며 "대통령을 부끄러운 현실정치의 싸움터에 더는 모시지 말자"고 꼬집기도 했다.

김 후보와 정 후보 간엔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 지연 책임론도 지리멸렬하게 이어지고 있다. 검사 보완 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해당 개정안을 두고 김 후보는 자신이 국무총리였던 5월 당에 개정안 처리를 요청했으나 당이 반대했다고 주장한다.

정 후보 측은 6·3지방선거 국면이 본격화하며 국회를 열 수 없던 상황을 알면서도 김 후보 측이 당에 책임을 돌리려 한다면서 '5월 처리' 요청도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미 해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뒀는데도 필요한 보완책 논의는커녕 의미 없는 공방만 반복하는 것이다.

송 후보는 정 후보를 향해 "옛날 같으면 역적으로 목을 잘라 진압해야 할 상황"(7월14일)이라고 한 데 이어 정 후보가 '경기 평택을에 후보를 낸 것을 후회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너를 낙태했어야 하는데 낳았다'는 말과 똑같다"(7월15일)고 비판하는 등 날 선 네거티브를 벌이기도 했다.

당 원로 등은 이런 갈등 심화가 계파 전쟁을 만들거나 당을 쪼개기도 한 전례를 들어 우려를 표한다. 전대 뒤에도 후유증이 적잖을 것이란 면에서다.

박지원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민생 이슈가 최우선이 되는 전당대회, 미래로 가는 전당대회여야 한다"며 "'파묘 전문가'는 당원과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렇게)계속되면 깨지거나 망한다"며 "정신 차려야 한다"라고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분당보다 내부에서 싸우는 게 더 무서운 것이다. 당내에서 이미 '심리적 분당'은 일어나지 않았나 한다"며 "선관위 사태 등 엉망인 상황에 집권 여당의 책임은 더 중차대한 것인데 (전대 공방이) 안타깝다"고 짚었다.

smi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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