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농촌 현장의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추진 중인 ‘정상화 과제’ 39건 가운데 지난달 말까지 7개 과제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농식품부는 지난 4월 정상화 TF를 꾸린 뒤 현장 의견과 국민 제안 등을 토대로 39개 과제를 발굴·관리해 왔다. 범정부 정상화 과제 가운데 부처가 구체적인 이행 성과를 묶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러스트=챗GPT 생성 이미지)
우선 농기계 판매 과정에서 발생해 온 ‘이중가격’ 관행에 대한 조사·제재 근거가 마련됐다. 그동안 일부 판매업자가 정책자금을 지원받아 농기계를 구입하는 농가에 더 높은 가격을 받는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실제 거래내역을 확인할 제도적 근거가 없어 조사와 제재에 한계가 있었다.
전한영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은 “농가들이 트랙터를 사고 나면 서로 얼마에 샀는지 이야기를 하는데, 비슷한 농기계인데 가격이 다르다는 얘기들이 있었다”며 “이중가격 여부를 확인하려면 판매업자의 장부와 거래기록 등을 들여다봐야 하지만 그동안에는 관련 자료를 요구하고 조사할 제도적 근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농업기계화 촉진법을 개정해 판매기록 등을 확인하고 이중가격 여부를 조사할 수 있는 근거와 제재 수단을 함께 마련했다. 이중가격 판매가 확인된 업자는 최대 2년간 정책자금이 지원되는 농기계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적용 기준과 절차는 내년 초 시행규칙에 담을 계획이다.
농업용 용·배수를 위해 만든 인공수로 등 농업생산기반시설의 불법 사용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이들 시설은 평상시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집중호우 때 물을 빼내는 역할을 하지만, 일부 부지에선 무단 경작이나 물건 적치 등 불법 점·사용이 이어져 문제가 돼 왔다.
특히 시설 관리가 한국농어촌공사와 지방정부로 이원화돼 정비 기준도 서로 달랐다. 농식품부는 지난 6월 불법시설 정비 기준을 통일한 뒤 농어촌공사 관리지역을 점검해 3477건의 불법사항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455건은 원상회복을 마쳤고 2949건은 계고와 원상회복 명령, 행정대집행·고발 등 단계별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계절근로 신청 자치구로 확대…식품명인 지정 2개월로 단축
농번기에 외국인 인력이 필요해도 신청조차 할 수 없었던 광역시 자치구의 제도적 사각지대도 없앴다. 광역시 자치구 안에도 농촌 지역이 포함된 경우가 있지만, 기존엔 시장·군수만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을 신청할 수 있어 구청장은 농업 인력 수요가 있어도 신청할 수 없었다. 농식품부와 법무부는 지난달 관련 지침을 고쳐 신청 자격을 구청장까지 확대했다.
대한민국식품명인의 기술을 이어받은 전수자가 새 명인으로 지정되는 기간도 크게 줄였다. 기존엔 명인 지정까지 7개월 이상 걸려 전수자가 명인의 기술과 사업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경영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농식품부는 별도의 ‘전수자 신속 지정절차’를 도입하고 행정 절차를 간소화해 소요 기간을 약 2개월로 단축했다.
가축분뇨를 활용한 액비의 시비처방 절차도 간소화했다. 영농 준비가 몰리는 2~3월 농업기술센터에 시비처방서 신청이 집중돼 처방서 발급이 늦어지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분석 주체를 자격을 갖춘 민간업체까지 확대했다. 최근 3년 이내 토양검정 결과나 리·동 단위 검정 결과 평균값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백미 위주였던 복지용 쌀의 선택 폭도 넓혔다. 농식품부는 지난달부터 경로당과 무료급식단체, 기초생활보장시설 등에 친환경 인증 쌀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대전 서구·중구와 세종에서 실시한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내년부터 현미를 공급 품목에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해외농업개발용 곡물 수입 제도의 허점도 보완했다. 정부는 국내 기업의 해외 곡물 생산기지 확보를 유도하기 위해 현지에서 직접 생산한 곡물을 국내로 들여올 경우 수입권 공매를 통해 낮은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대두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양허관세율은 487%지만 저율관세할당(TRQ)을 적용받으면 5%의 관세로 수입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 진출 기업이 현지에서 다른 생산자가 재배한 곡물을 사들인 뒤 직접 생산한 물량으로 인정받아 저율관세를 적용받을 여지가 있었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관련 고시를 제정해 해외에서 직접 생산한 곡물을 반입하는 경우에만 수입권 공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준을 명확히 했다.
박순연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은 “국가 정상화 프로젝트는 현장의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 공백 등을 바로잡아 국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며 “정상화 과제들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신속하게 도출될 수 있도록 이행 상황을 철저히 점검하고 추가 과제 발굴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