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은 11일 열린 제17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K2 전차 성능개량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8년부터 2046년까지 총 3조4500억원을 투입해 K2 전차에 능동방호체계(APS)와 드론·급조폭발물(IED) 재머,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등을 탑재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대전차 로켓과 유도미사일은 물론 자폭 드론과 급조폭발물까지 다양해진 미래 전장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최근 전쟁에서는 고가의 전차도 비교적 값싼 1인칭시점(FPV) 드론이나 대전차미사일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전차 생존성의 개념도 장갑 두께를 늘리는 수동적 방어에서 위협을 먼저 탐지해 교란하거나 파괴하는 능동적 방어로 바뀌고 있다.
성능개량의 핵심은 하드킬 방식의 능동방호체계다. APS는 레이더 등 센서로 대전차유도미사일(ATGM)이나 로켓추진유탄(RPG)과 같은 위협을 탐지한 뒤 대응탄을 발사해 전차에 도달하기 전에 파괴하는 장비다. 기존 장갑이 피격된 뒤 충격을 견디는 방식이라면 APS는 위협 자체의 접근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방호 개념이 다르다.
지난 5월 28일 경기 포천 소재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링 '2026 합동화력훈련'에서 K2전차가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드론·급조폭발물 재머는 전파를 교란해 무인기의 접근이나 원격조종 폭발물의 작동을 막는다. 12.7㎜ 기관총을 장착한 RCWS는 승무원이 차체 밖으로 몸을 노출하지 않고도 드론이나 근거리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하드킬 APS에 전자전 장비와 RCWS를 결합해 탐지·교란·요격으로 이어지는 다층 방어망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APS가 모든 위협을 막아내는 ‘만능 방패’는 아니다. 여러 발의 미사일이나 드론이 동시에 공격하는 포화 공격과 전차 상부를 노리는 공격 등에 대응하려면 개별 장비뿐 아니라 전차와 보병·드론·방공전력을 연계한 전술 발전도 병행돼야 한다. 이번 개량은 전차 자체의 성능 향상과 함께 기갑부대 운용 개념의 변화까지 요구하는 사업인 셈이다. 사업 기간을 2046년까지로 설정한 이유다.
폴란드형 성능개량 모델인 K2PL에는 이스라엘 라파엘사의 ‘트로피’ 하드킬 APS를 비롯해 드론 전파교란체계와 12.7㎜ RCWS, 방호력이 강화된 특수장갑 등이 적용될 예정이다. 반면 우리 군의 성능개량형 K2에는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 하드킬 APS가 탑재될 계획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우리 군의 성능개량형 K2 전차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 능동방호체계를 탑재할 예정으로, 폴란드 수출형의 성능을 능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산 APS 확보는 군의 작전운용 능력뿐 아니라 방산 수출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해외 체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 수출 대상국의 요구에 맞춰 방호장비를 구성하기가 쉬워지고, 제3국의 수출승인이나 공급망에 따른 제약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K2가 화력과 기동성뿐 아니라 드론전 환경에 대응하는 생존성까지 입증할 경우 유럽 등 해외 전차 사업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편 이날 방추위는 ‘함대함유도탄-Ⅱ 사업추진기본전략’도 심의·의결했다. 이 사업은 적 수상표적을 원거리에서 정밀 타격하기 위해 사거리와 탐지·추적 능력이 향상된 함대함유도탄을 국내 연구개발로 확보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2028년부터 2039년까지 약 1조6300억원을 투입해 기존 ‘해성’ 함대함유도탄보다 원거리 정밀타격 능력이 강화된 무기체계를 개발할 계획이다. 국산 함정과 함대함유도탄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시할 수 있게 되면 함정 수출 과정에서 무장체계 통합 부담을 줄이고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