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 3월 국민의힘에서 과세 자체를 폐지하는 법안이 발의된 데 이어 이번에는 시행 시점을 2030년으로 3년 더 늦추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정부가 예정대로 2027년부터 과세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충돌이 예상된다.
국힘, 가상자산 과세 2030년까지 3년 유예 추진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 시행일을 현행 2027년 1월 1일에서 2030년 1월 1일로 3년 연기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정 의원을 비롯해 안상훈·박정훈·유용원·이성권·김용태·김은혜·곽규택·정동만·이소희·김대식 의원 등 총 11명이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현행 소득세법은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얻은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도록 하고 있다. 연간 순이익에서 250만 원을 공제한 뒤 초과분에 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더한 22%의 세율을 적용한다. 가상자산 과세는 수차례 시행이 미뤄진 끝에 2027년 도입이 예정돼 있다.
가상자산 과세는 당초 2022년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수차례 유예를 거쳐 현재 2027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 의원이 추가 유예를 주장하는 핵심 근거는 투자자 보호 제도와 과세 인프라가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시행 중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이용자 자산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 등을 중심으로 한 1단계 입법이다. 가상자산 사업자 규율과 시장질서, 스테이블코인 등을 포괄하는 후속 법제화 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다.
실제 과세 과정에서 투자자의 정확한 소득과 취득가액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거래는 상대적으로 파악이 용이하지만 해외 거래소와 탈중앙화거래소(DEX), 개인지갑을 통한 온체인 거래나 개인 간(P2P) 거래까지 포함하면 거래내역과 취득가액 등을 일관되게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과세 폐지안도 국회 계류…투자자 반발 지속
국민의힘에서는 가상자산 과세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월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에 대한 과세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달 2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소위원회로 회부됐다.
과세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된 상황에서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과 달리 가상자산 투자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과세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가상자산 과세 폐지’ 청원은 공개 일주일 만에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됐다. 지난달에도 가상자산 과세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다시 제기됐다.
정부는 추가 유예 선긋기…2027년 시행 방침
반면 정부는 추가 유예 없이 예정대로 과세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현재는 올해 말까지 과세가 유예된 상태이며 내년부터 과세되는 상황"이라며 "내년에 시행해본 뒤 제도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 의원은 과세 시행에 앞서 투자자 보호 제도와 과세 기반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는 투자자를 보호할 제도와 공정한 과세 기반이 충분히 갖춰진 이후 시행돼야 한다"며 "과세를 위한 과세가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과세체계를 먼저 마련하는 것이 정부와 국회의 책무"라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 과세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성급하게 과세하기보다 충분한 제도 정비 기간을 확보해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시장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