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정책 대전환을 위한 청년정책 전문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8.14 © 뉴스1 이재명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여야 중진 의원들과 잇따라 골프 회동을 갖고 '권력구조 개헌'에 대한 의지를 사실상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개헌을 하려면 '임기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부터 해야 한다고 국민의힘은 반발하지만 여권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는 개헌에 대해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면서도 '4년 중임 대통령제'를 꺼내 들었다.
14일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근래 자당 김태호 의원과의 골프 회동에서 '분권형 개헌' 논의가 진행될 시 임기를 단축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임기 연장을 위한 꼼수"라고 반발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애당초 있을 수 없는 일로 고래가 사막을 지나가겠다는 말과 같다"며 "이 대통령이 임기를 포기한다니 믿을 국민이 몇이나 되겠느냐"라고 했다.
그는 "어떤 수단을 동원하든 지금 쥔 권력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 "분권형 개헌은 연임 불가를 피해 가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는 개헌을 추진할 경우 현직 대통령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헌법 조항을 따르겠다고 약속하라는 의미로 풀이됐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 관계자는 같은 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 권한이 강화된 4년 중임 대통령제가 국민 수용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를 4년 중임 대통령제로 보완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골프(회동에서 거론된) 사안에서 오가는 대화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제와 개헌에 관한 청와대의 원칙적 입장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 나섰을 땐 '대통령 임기 4년 단축 및 중임제 도입'을, 2025년 대선 땐 '대통령 4년 연임제 및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각각 공약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개헌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개헌은 국회 200석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논의하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개헌 합의 추진이 필요하다는 게 대통령의 원칙이고 여러 번 밝힌 바 있다"고 했다. 개헌 성사를 위해서는 야권의 도움이 필요한 만큼 골프 회동 등을 통해 협치를 끌어내 보려 했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경남 밀양시 무안면 웅동리 웅동저수지를 찾아 가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2026.8.14 © 뉴스1 윤일지 기자
최근까지 이재명 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는 청와대가 밝힌 입장에 힘을 실었다. 김 후보는 CBS 유튜브 '이정주의 질문하는 기자'에서 청와대가 언급한 '4년 중임 대통령제'에 대해 "대통령의 생각은 과거부터 여러 번 이미 공표된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국회에 조금 더 권한을 준다는 것에 대해서도 본인(대통령)은 열려 있고 임기를 조금 줄일 수 있다는 얘기는 이미 대선 전에 제게 여러 번 했다"고 말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엑스(X·구 트위터)에 "분권형 대통령제는 내각제의 다른 얼굴일 수 있다. 개헌의 문턱을 넘을 수 없을 것"이라며 추후 개헌 논의가 진행된다면 권력구조 개편에는 '대통령 4년 중임제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논의가 제대로 되는 것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인데 그래서 이벤트성으로 개헌이 소모되어서는 안 된다"며 "그런데 대통령 임기 논란, 연임 논란, 내각제 논란으로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어 시작부터 걱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말을 아꼈다. 당 핵심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세제개편안이나 (주택) 공급 대책 등 현안으로 당이 어수선하다"며 "17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새 지도부가 이 주제를 끌고 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새 지도부가 꾸려지는 것에 맞춰 조정식 국회의장도 개헌 추진에 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조 의장은 지난달 17일 78주년 제헌절 기념사를 통해 "87년 헌법이 40돌을 맞는 2027년에 '국민주권 개헌안'을 마련하고 22대 국회 내에 개헌을 매듭짓자"고 했다. 그는 "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원회를 발족시켜 개헌 로드맵과 의제를 정리하겠다"며 아울러 정당들과 협의해 "헌법개정특위를 구성하고 개헌안을 순차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야권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과제다. 조 의장은 같은 달 28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야권이 개헌에 반대하는 이유로 이 대통령 임기 연장 문제가 거론된다'는 질문에 "지금 이야기하기는 시기상조"라면서도 "결국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답해 논란을 일으켰다. 헌법상 불가능한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두는 취지로 해석되면서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은 이 대통령의 행보에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병언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내란 세력에 대한 엄정한 심판과 청산이 진행 중인 지금, 연대 세력과의 개혁 로드맵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대통령의 골프 회동은 깊은 실망을 안겨준다"고 했다.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은 페이스북에 '4년 연임제와 4년 중임제의 차이'를 설명하는 글을 올려 주목됐다. 야권이 우려하는 이 대통령의 연임 부분에 힘을 보태는 뉘앙스로 읽히면서다. 조 원장은 중임제를 설명하면서 "현직 대통령이 임기를 종료한 후 4년 쉬고 난 뒤 대선에 출마할 수 있음. 이재명 정부 청와대가 밝힌 바람직한 개헌 방향"이라고 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14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6.8.14 © 뉴스1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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