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뇌물 사건' 후폭풍…LIG·한화 동시 제재 땐 무기사업 2년 멈출 수도

정치

이데일리,

2026년 8월 18일, 오후 03:31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방위사업청이 11년 만에 불거진 소속 직원의 뇌물수수 사건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과 기존 계약 해지 등이 불가피할 수 있지만, 주요 경쟁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까지 중대 산업재해로 제재받을 경우 일부 무기체계 사업이 최대 2년가량 멈춰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2015년 실무급 직원의 뇌물수수 사건 이후 11년 만에 다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대단히 죄송하다”며 “재임하던 기간에 발생한 일은 아니지만 기관장으로서 무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앞서 수원지검은 무기체계 개발사업 입찰 과정에서 LIG D&A 측으로부터 수억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을 받은 혐의로 방사청 소속 사무관을 구속기소했다. 해당 직원은 사업 관련 내부 정보를 제공하고 제안서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LIG D&A에 유리한 점수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LIG D&A 관계자도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다만 방사청은 아직 검찰로부터 업체 측 공소장과 범죄일람표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 청장은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려면 공소장을 받아 분석해야 하지만 LIG D&A 관계자가 기소 전이어서 검찰도 자료 제공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방사청이 파악한 내용을 전제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고 전재했다.

방사청은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이 된 LIG D&A 관련 14개 사업을 자체 점검했다. 그 결과 수뢰 혐의를 받는 직원은 4개 사업의 제안서 평가위원으로 참여했고, 이 가운데 LIG D&A가 3개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청장은 “직원 한 명이 높은 점수를 줬다는 이유만으로 당락이 결정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최종 점수 차이와 해당 직원이 부여한 점수의 편차 등을 따져보면 3개 사업은 범죄행위와 수주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지난 7월 31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군수품 조달체계 혁신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지난 7월 31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군수품 조달체계 혁신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LIG D&A에 대한 제재 수준은 뇌물을 건넨 관계자의 법적 지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업체 대표나 임원이 청렴서약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면 방위사업법에 따라 6개월 이상 5년 이하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방사청은 알려진 금품·이익 규모를 고려하면 약 2년의 제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과징금으로 대신할 수 없다.

반면 뇌물 공여자가 법률상 임원이 아닌 직원으로 판단되면 국가계약법이 적용될 수 있다. 국가계약법상 입찰참가자격 제한이 원칙이지만 유효한 경쟁이 성립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는 과징금으로 갈음할 여지가 있다. 향후 3년간 제안서 평가 때 벌점을 받는 조치도 병행될 수 있다. 미등기 임원을 임원으로 볼지 직원으로 볼지도 쟁점이다.

방사청이 고민하는 또 다른 변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지난 6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노동당국은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사업장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 청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전사업장 사고로 기소될 경우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받을 수 있다”며 “아직 기소 전이고 수사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수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인 만큼 기소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LIG D&A가 상당수 무기체계 사업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또는 한화시스템과 사실상 과점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LIG D&A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동시에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받으면 대체 사업자를 찾기 어려워 일부 사업은 제한 기간이 끝날 때까지 미뤄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 청장은 “두 업체 모두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면 누구와도 수의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두 업체를 모두 과징금으로 갈음할지, 한 업체에만 과징금을 부과할지, 아니면 2년 동안 사업을 미룰지 경우의 수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특정 업체만 입찰 제한을 면제하고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이 청장은 “어느 한 업체에만 과징금을 적용하면 특혜를 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며 “아직 기본 방향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LIG D&A가 이미 수주해 수행 중인 사업도 범죄 연관성이 확인되면 계약 해제·해지 대상이 될 수 있다. 계약이행보증금을 국고에 귀속하고 이미 지급한 사업비를 회수한 뒤 사업자 선정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사업 진척도가 70~80%에 이른 상태에서 계약을 해지하면 전력화 시기가 수년간 늦어질 수 있다. 이 청장은 “사업 초기라면 계약을 해지하고 다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지만 상당 부분 진행됐다면 국가적으로 전력화 시기를 몇 년 뒤로 미루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사업별 진행 상황과 범죄 연관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방사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안서 평가위원 선정과 평가 방식도 바꿨다. 방사청 내부 직원의 평가위원 희망 여부와 관계없이 후보군에서 5배수를 무작위로 추출하고, 방사청장이 이 가운데 위원과 예비위원을 무작위로 선정하도록 했다. 선정된 직원은 불가피한 사유가 없으면 평가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지난 7월에는 특정 평가위원의 점수가 전체 결과를 좌우하지 못하도록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뒤 나머지 점수만 반영하는 방식으로 규정을 개정했다.

이 청장은 “현재까지 다른 직원의 관여는 확인되지 않아 개인 일탈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렇다고 방사청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관리와 제도적 예방 조치를 더 철저히 했어야 하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리가 파고들 수 있는 틈을 확실히 막겠다”고 강조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입찰참가자격 제한이나 과징금 부과 여부는 관련자 기소 이후 계약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된다”며 “공소장과 범죄일람표를 확보한 뒤 개별 사업과 범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우선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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