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李대통령의 폭포수 워딩과 여백의 美

정치

이데일리,

2026년 8월 19일, 오전 05:01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산업부, 지재처, 기후부, 원안위 등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산업부, 지재처, 기후부, 원안위 등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대단히 부지런하다. 디테일에 강하고 판단력도 빠르다. 대통령이 국민의 심부름꾼이라는 점에서 완전 모범생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3일 7박 11일간의 미국·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다. 부동산·주식시장 대책 점검 차원에서 무려 7시간의 마라톤 회의까지 주재했다.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낯선 캐릭터다.

조선시대 임금과 비교한다면 태종 이방원과 닮았다. 재상 정치를 통해 왕권·신권의 조화를 꾀한 조선 건국의 기획설계자였던 삼봉 정도전과 달리 태종은 6조직계제를 실시했다. 주요 현안을 직접 보고받고 결재하면서 왕권을 강화했다. 이는 태조 이성계의 8명 아들 중 유일하게 음서가 아닌 과거시험에 합격했을 정도로 문무를 겸비한 육각형 인재였기에 가능했다.

이 대통령의 부지런함, 디테일, 판단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생중계 회의다. 국무회의, 부처 업무보고, 타운홀미팅 등등. 대통령이 주재·참석하는 대부분의 회의는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중계된다. 더 놀라운 건 회의 장악력이다. 때로는 유머로 긴장을 풀어주지만 때로는 질책으로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한다. ‘만기친람도 이재명이 하면 역시 다르구나’라는 정치적 효능감마저 국민에게 선물했다.

또하나의 증거는 바로 SNS다. 성남시장·경기지사·민주당 대표 시절부터 돋보였던 이 대통령의 SNS 활용력은 청와대 입성 이후에도 여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저리 가라’ 수준이다. 텔레그램, 카톡, 엑스 등 SNS를 통한 소통은 일상이다. 때로는 심야시간도 가리지 않는다. 부지런한 대통령 탓에 각 부처 장·차관 및 청와대 참모진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었다. 현 정부 고위공직자는 ‘극한직업’이라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였다.

이 대통령의 통치는 6.3 지방선거 전후로 나뉜다. 그 이전은 모든 게 탄탄대로다. 지지율은 60%대 중후반을 달렸다. 코스피는 ‘대선공약 5000’을 넘어 9000피 시대를 열었다.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역대 민주당정부 출신 대통령의 징크스였던 부동산정책 기대감도 컸다. 이 대통령 역시 “부동산 정상화는 어려운 일이지만 계곡 불법시설 정비보다는 쉬운 일”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만 6.3 지방선거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세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에 나오는 대사(When sorrows come, they come not single spies, but in battalions) 그대로였다. 악재는 줄지어 쏟아졌다. 주식시장 급변동에 따른 동학개미의 분노와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부동산 민심 악화로 차기 총선 전망마저 불투명해졌다. 게다가 연임 개헌 및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도 악재였다. 40%대 초반으로 추락한 지지율은 자칫하면 심리적 마지노선인 40% 붕괴가 우려될 정도였다.

갈 길 바쁜 이 대통령은 여름휴가마저 반납했다. 대내외적 상황 악화에 쉴 틈이 없다는 책임감 때문이다. 다만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생중계 회의와 SNS 정치라는 과중한 업무 스타일은 변화가 필요하다. 지나친 만기친람과 폭포수 워딩의 부작용도 이제는 살펴봐야 한다. 통치에도 ‘여백의 미(美)’는 필요하다. 대통령이 고집을 부린다면 청와대 참모진들의 직언과 설득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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