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협의 없었다"…트럼프 지시에 한미 UFS 결국 조기 종료

정치

이데일리,

2026년 8월 19일, 오후 04:28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한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개월 동안 한미가 공동으로 준비한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연습이 시작된 직후 일정과 규모가 실제로 축소되면서 동맹 간 군사협의 체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밝힌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와 관련해 “한미 정부 당국자는 아무도 그 내용을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그 이후 장관인 저와 미측이 긴밀한 협의를 통해 여러 현안을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우리 측의 요청이 없었는데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안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한국 정부와의 사전 협의 없이 내려졌다는 점을 국방부 장관이 공식 확인한 것이다.

안 장관은 지시 배경을 묻는 질문에는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과의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관련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밝힌 내용은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미국 정부 관계자들도 전혀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내부에서도 충분한 정책 조율을 거치지 않은 정황이 나타났다. 미 국방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관련 질의에 백악관으로 문의하라는 입장을 보였다가 이후 “군 통수권자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규백(왼쪽) 국방부 장관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안규백(왼쪽) 국방부 장관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UFS 개시를 앞둔 지난 16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훈련 비용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거론하며 연합훈련이 북한에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정책에 협조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도 함께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지시 이후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전날 국방부를 찾아 안 장관과 연습 조정 방안을 협의했다.

이에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한미는 미측의 제안으로 연습 기간과 규모 등을 일부 조정하기로 했다”며 “이번 UFS 연습 기간을 17일부터 21일까지로 조정해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애초 연습은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종료일이 6일 앞당겨졌다. 이미 시작된 전구급 한미연합연습이 미측 요청으로 도중에 단축되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UFS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지휘소연습(CPX)을 중심으로 북한의 공격을 격퇴하는 방어작전과 이후 반격작전을 단계적으로 숙달하는 연습이다. 일정 단축에 따라 21일까지 방어작전 중심의 전반부 연습만 진행되고, 24일부터 27일까지 예정됐던 후반부 반격작전은 사실상 제외될 전망이다. 한반도 전면전 상황에서 작전계획 전 과정을 점검한다는 연습의 완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휘소연습과 연계해 실시하는 연합 야외기동훈련(FTX)도 축소된다. 한미는 당초 이번 UFS 기간 대대급 이상으로 통합한 연합 야외기동훈련 14건을 시행할 예정이었다. 합참은 구체적으로 어떤 훈련을 축소하거나 취소할지는 한미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훈련은 한미가 각각 실시하거나 한국군 단독 훈련으로 전환하고, UFS 종료 이후로 순연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안 장관도 올해 계획된 160여건의 연합 야외기동훈련을 모두 취소하는 것은 아니며 연중 분산해 시행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조정이 연합 야외기동훈련의 전면 취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UFS 시나리오와 연계한 지휘소·실기동 통합훈련의 효과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한미연합사는 전시지휘소를 경기 성남의 CP탱고와 평택 캠프 험프리스로 이원화해 연습을 실시하고 있다. CP탱고는 유사시 한미연합작전을 지휘하기 위한 지하 벙커이고, 캠프 험프리스는 연합사의 평시 지휘시설이다. 지휘소 분산 운용은 전시 생존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연습 도중 지휘 인원과 기능이 조정되면 애초 설계한 지휘절차를 충분히 숙달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준비에도 변수가 생겼다. 한미는 이번 UFS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에 따라 미래연합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위한 공동평가를 일부 실시할 예정이었다. 군 당국은 공동평가 일정이나 범위의 변경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연습 기간과 작전 단계가 줄어들면서 한국군의 연합작전 주도 능력을 점검할 기회가 제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미 국방 당국은 이번 조정에도 필수적인 대비태세와 훈련 목표는 유지되며 미군의 훈련 목표가 저하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차례 연습 축소만으로 연합방위태세 약화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훈련 축소의 규모뿐 아니라 결정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양국 군 당국이 수개월 동안 준비한 전구급 연합연습이 미국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지시 이후 급히 변경됐기 때문이다. 향후 북미 대화나 방위비·통상 문제 등 미국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연합훈련이 다시 조정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커졌다는 평가다.

합참은 “앞으로 한미는 UFS 연습 목표 달성과 연합방위태세 확립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한 뒤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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