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조 대법원장이 관례를 깨고 신임 대법관 후임을 서면 제청한 것으로 파악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2026.8.20 © 뉴스1 김도우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의 '서명 제청'을 둘러싸고 여야가 20일 정면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09일간 제청을 미룬 뒤 대통령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제청했다며 이를 '인사 농단'으로 규정하고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압박했고, 국민의힘은 대법관 제청은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이라며 여권의 '사법 장악' 시도라고 맞받았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문제는 제청 여부가 아니라 209일 동안 아무 설명 없이 미루다 임명권자와 한마디 상의 없이 밀어붙인 과정과 방식, 그 의도"라고 비판했다.
한 원내대표는 "209일간의 침묵과 하루아침의 기습, 이것이 법과 원칙의 시간표인가"라며 "조 대법원장의 시계는 법과 원칙이 아니라 정치적 셈법에 따라 움직이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대법관 임명 절차를 손질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 원내대표는 "대법관 임명 절차가 대법원장 한 사람의 자의적인 판단에 좌우되지 않도록 필요한 제도적 보완책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천준호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조 대법원장이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드는 인사 농단을 저질렀다"며 "즉시 대국민 사죄하고 대법원장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천 원내수석은 "대법관 임명 제청은 임명권자인 대통령과의 사전 조율이 원칙이고 수십 년간 지켜진 절차"라며 "이 절차를 무시하고 사전 조율 없이 대법관을 서면 제청한 것은 명백한 인사 농단"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탄핵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박지원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국민적 신망을 잃은 사법 정치인은 그가 사랑하는 사법부를 위해서도 사퇴하고 나가야 한다"며 "안 하면 탄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우 대변인도 YTN 라디오에서 대법관 제청을 장기간 지연한 데 대해 "충분히 탄핵 사유로 볼 수 있겠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영진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탄핵 얘기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며 조 대법원장의 판단과 책임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뒤에서 전화시키지 말고 국회에 직접 나와 진상을 밝히라"며 "국민께 사법쿠데타를 사죄하고 사퇴하시라"고 직격했다.
다만 김성회 원내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 당대표가 사퇴를 요구한다고 한 게 당의 입장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탄핵은 논의된 바 없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대법관 제청권이 사법부 독립을 위한 대법원장의 헌법상 권한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법관 제청을 하면서 대통령실과 미리 협의해 대통령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조율하고 제청하라고 하면 그게 제청인가"라며 "사법부 독립을 위해서 대법관 제청만큼은 대법원장의 고유한 권한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대법원장 탄핵을 운운하는 것은 결국 대통령 입맛에 맞는 대법관을 임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여권이) 대법원장 탄핵을 거론한다면 결국 위헌적인 탄핵 사유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대법원장이 감히 대통령께 대면 보고하지 않았다는 게 탄핵 사유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삼권분립과 민주주의를 통째로 부정하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대법원장 몫의 임명 제청권을 행사한 것이 사법 농단인가"라며 "대통령의 마음에 드는 대법관을 임명하면 그것이 오히려 사법 농단 아니냐"고 반문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대법원장 사퇴·탄핵 압박을 사법부 장악 시도로 규정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두 자리부터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대법원장을 겁박한다면 앞으로 남은 스무 자리를 놓고는 대체 무슨 일을 벌일 생각인가"라며 "민주당과 대통령이 그리는 사법 장악의 시나리오는 결국 이재명 정권 몰락의 카운트다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개혁신당도 가세했다. 이동훈 수석대변인은 "대법관 제청 갈등의 본질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라며 "제청하지 않아도 탄핵, 청와대 뜻대로 제청하지 않아도 탄핵이다. 도대체 조 대법원장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법원 구성을 바꾸고, 판결을 다시 뒤집을 길을 만들고, 끝내 말을 듣지 않는 대법원장까지 끌어내리겠다는 것 아니냐"며 "대통령 한 사람을 지키겠다고 대한민국 사법부 전체를 뜯어고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liminallin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