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시날 168억달러 발전소는 ‘될 사업’…AI 전력난이 받친다

정치

이데일리,

2026년 8월 23일, 오후 04:05

[이데일리 김상윤, 황병서 기자] 미국이 한국 측에 제시한 대미 투자 후보 가운데 텍사스 남부 엔시날(Encinal)의 168억달러 규모 가스발전 프로젝트는 상대적으로 사업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미국의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발전소 인근에 대규모 전력 수요처를 확보할 경우 장기 전력판매계약(PPA)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어서다. 인허가와 정책지원에 수익성이 크게 좌우되는 탄소포집·저장(CCUS) 사업과 비교하면 투자금 회수 구조가 상대적으로 명확하다는 평가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7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메이프라워호텔에서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미국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한-미 양국간 통상·투자 협력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7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메이프라워호텔에서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미국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한-미 양국간 통상·투자 협력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AI 데이터센터가 만든 전력특수…수요처가 보인다

23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정부가 한국 측에 제시한 대미 투자 후보 가운데 하나는 텍사스 남부 라살카운티 엔시날에 총 6.3GW 규모의 가스발전 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약 168억달러이며 미국 에너지기업 루이스 에너지 그룹(Lewis Energy Group)이 사업주로 참여한다.

사업은 모두 6단계로 추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1단계에서 1.3GW 규모 단순주기(Simple Cycle) 발전소를 건설하고 이후 2~6단계에서 각각 1GW 규모의 복합화력(Combined Cycle) 발전소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완공 시 전체 발전용량은 6.3GW에 달한다.

생산된 전력은 텍사스 전력망에 판매하거나 인근 AI 데이터센터 등에 직접 공급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특히 전력망을 거치지 않고 데이터센터와 직접 연결하는 오프그리드(Off-grid) 구조나 장기 PPA가 확보될 경우 전력가격 변동 위험을 낮추면서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엔시날 발전사업의 가장 큰 강점은 전력 수요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미국에서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이 잇따르면서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데이터센터 투자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공급 안정성이 높은 가스발전의 역할도 다시 커지고 있다.

텍사스는 미국에서도 데이터센터 투자가 집중되는 지역이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전력망과 천연가스 공급망, 기업 친화적인 규제환경을 갖춘 데다 AI 인프라 투자까지 몰리고 있다. 전력 수요 증가 속도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발전소 자체가 희소한 인프라 자산으로 평가받을 여지도 커졌다.

대미 투자 후보로 검토 중인 엔시날 사업 역시 인근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직접 공급하거나 텍사스 전력망인 ERCOT에 판매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 PPA가 체결될 경우 발전사업자는 향후 전력 판매가격과 물량을 상당 부분 미리 확정할 수 있어 투자금 회수 계획을 세우기 수월해진다.

연료 조달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사업주인 루이스 에너지 그룹은 텍사스 남부 이글포드(Eagle Ford) 지역에서 천연가스 광구와 관련 인프라를 보유한 에너지기업이다. 발전소가 필요한 천연가스를 자체 생산·운송망과 연계할 수 있다면 연료 확보의 안정성을 높이고 조달비용 변동 위험도 일부 줄일 수 있다.

이는 미국이 함께 제시한 CCUS 프로젝트와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CCUS는 1800마일에 달하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한 뒤 실제 CO₂ 처리량과 세액공제, 탄소가격, 인허가 등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지는 반면 가스발전은 전력을 생산해 판매한다는 기본적인 현금창출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될 사업’이어도 무조건 투자 아냐…PPA가 최종 관건

물론 엔시날 발전사업이 대미 투자 대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168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실제 투자에 앞서 발전소 건설비와 자금조달 비용, 천연가스 가격, 전력판매 단가 등을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

무엇보다 관건은 확실한 수요처 확보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아무리 빠르게 증가하더라도 구체적인 오프테이커(전력 구매자)가 확보되지 않으면 발전소의 예상 수익률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인근 데이터센터와 어느 정도 규모와 기간의 PPA를 체결할 수 있는지가 사업성 판단의 핵심 변수인 셈이다.

6.3GW라는 막대한 발전용량을 실제 계획대로 소화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사업이 6단계로 나뉘어 추진되는 것도 수요 증가를 확인하면서 발전용량을 단계적으로 늘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초기 단계에서 안정적인 전력 수요와 수익성을 확인한 뒤 후속 투자를 진행하면 대규모 선투자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정부와 재계가 미국 측 제안 사업을 놓고 ‘옥석 가리기’에 나서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미국이 제시했다고 모든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처와 수익구조,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명확한 사업부터 선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안에 정통한 정부 한 관계자는 “6.3GW의 막대한 발전용량을 실제로 소화할 데이터센터 등 확실한 오프테이커를 확보하고, 장기간 어느 수준의 PPA 가격을 받을 수 있느냐가 최종 수익률을 가를 핵심 변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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