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감사원, 헌법재판소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재해 감사원장. 2023.10.26 © 뉴스1 송원영 기자
감사원이 윤석열 정부 당시 이뤄진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감사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감사에서 강압적인 조사와 위법한 디지털포렌식, 부정확한 증거를 토대로 한 수사요청 등 감사권 남용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감사원은 최재해 전 감사원장과 유병호 전 감사위원, 최달영 전 사무총장 등 관련자 10명을 국가수사본부에 수사참고자료로 제공하고, 통계감사 감사팀 9명에 대해 고발 절차를 밟기로 했다. 국장 1명 등 총 10명에 대해서는 파면·해임·정직 등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다만 당시 감사에 참여했던 감사관들은 "강압적인 조사나 진술을 강요한 사실이 없다"며 반박했다. 주택통계 왜곡 역시 관계자 진술뿐 아니라 카카오톡 메시지와 내부 업무연락, 전산상 표본가격 수정기록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확인했다는 주장이다.
감사원 국정조사 후속조치 태스크포스(TF)는 27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별관에서 통계감사와 서해감사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통계감사서 강압조사·위법 포렌식…수사요청서 증거 불일치 220건
TF는 지난 4월 국회 국정조사에서 강압감사와 디지털포렌식 남용, 수사요청서 증거 부정합 등의 의혹이 제기되자 같은 달 29일 구성돼 진상규명에 착수했다.
TF는 통계감사 과정에서 감사관들이 윗선의 지시 등 원하는 진술을 확보하기 위해 고압적인 언행으로 피감사자를 압박하거나, 실제 진술하지 않은 내용을 문답서에 기재하는 등 끼워맞추기식 조사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개인 휴대전화에 대해서도 실시 요건에 맞지 않는 포렌식을 진행해 피감사자의 참여권을 침해하고 감사와 무관한 사생활 등 디지털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요청 과정에서도 감사원의 증거 정합성 검증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수사요청서가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압적인 조사를 통해 사실과 다르게 수집한 증거나 당사자 확인이 없는 제3자의 추측성 진술 등을 토대로 혐의사실을 작성한 사례도 확인됐다.
통계감사 수사요청서에서는 삭제·수정된 진술이나 실제 진술과 다르게 인용한 사례 등 증거 불일치가 51건, 행위자 확인 없이 제3자의 추측성 진술을 근거로 기재하거나 증거가 부족한 사례가 169건 등 총 220건의 문제가 확인됐다.
감사원 당국자는 "통계감사에서 청와대가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를 통해 압박·지시했다는 핵심 증거는 모두 진술이었는데, 이 부분은 거의 다 오염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 당시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의 집값 등 주요 국가통계 작성 실태를 감사해 통계조작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또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사건 당시 상황을 방치하고 사건 이후 관련 사실을 은폐·왜곡했다는 취지의 감사 결과를 내놨다.
서해감사에서도 강압조사·부적절한 포렌식 확인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감사에서도 강압적인 조사와 부적절한 디지털포렌식, 포렌식 복제본의 임의 보관 및 검찰 제공 등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피감사자의 정당한 녹음 요구를 취소하도록 유도하거나 불쾌감을 주는 발언을 하는 등 강압적인 조사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비밀로 관리해야 할 문답 녹음물을 분실한 사실도 확인됐다.
포렌식 과정에서는 최종 선별 수집이 끝나 폐기 대상이 된 복제본을 임의로 보관하거나, 개인 휴대전화에 대해 실시 요건에 맞지 않는 포렌식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감사와 무관한 자료 등이 포함돼 폐기 대상인 포렌식 복제본을 대상 기관에 보관하다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압수 대상이 아닌데도 임의로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정부 고위직 겨냥" 정황…기존 통계감사 결과 재심의 방침
TF 조사 과정에서는 당시 통계감사가 전 정부 고위직을 겨냥해 진행됐다는 취지의 감사관 진술도 확인됐다. 감사에 참여한 일부 인력이 이후 특별승진하거나 유학을 간 사례도 조사됐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기존 감사 결과에 대한 재심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검토한 뒤 해당 증거를 제외하고 적법하게 수집된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기존 감사 처분의 유지 여부를 다시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재심의 결과는 감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감사원은 통계감사와 서해감사 관련 최재해 전 감사원장, 유병호 전 감사위원, 최달영 전 사무총장 등 총 10명을 국가수사본부에 수사참고자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통계감사 감사팀 9명은 직권남용,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고발하고, 국장 1명 등 총 10명에 대해서는 파면·해임·정직 등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징계 요구 대상 10명 가운데 파면 6명, 해임 1명, 정직 1명 등으로 중징계 수위가 결정됐다. 서해감사 관련자 중에서는 징계 시효가 완성된 국장 2명 등 총 12명을 서면경고 조치했다.
감사원은 조사 대상자들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부여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해 조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대상 감사관들 "강압 없었다…객관적 자료로 통계왜곡 입증"
그러나 당시 통계감사에 참여했던 감사관들은 TF 발표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별도 입장문을 내고 "강압적인 조사나 진술을 강요한 사실이 없다"며 "누구를 처벌하기 위한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조사한 것이 아니라 확인되는 자료와 진술을 토대로 객관적 사실을 규명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주택통계 왜곡은 관계자 진술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 카카오톡 메시지와 내부 업무연락, 전산상 표본가격 수정기록 등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TF의 조사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국토부 관계자들의 강압감사 관련 의견서가 각자 독립적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 국토부가 취합해 제출한 것이라며 "TF가 객관적 감사증거와 당시 감사자들의 소명은 배제하고 사후 진술을 기정사실화했다"고 했다.
immun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