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대고도 주주 못 되나…'1호' 엔시날에 달린 대미투자 실익

정치

이데일리,

2026년 8월 28일, 오전 05:02

[이데일리 김상윤 황병서 기자] 한미가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발전소를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로 유력하게 검토하면서도 최종 확정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누가 사업의 주인이 될 것인가’를 둘러싼 이견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이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지만 미국이 투자법인을 관리하고 개별 프로젝트의 소유권까지 가져갈 경우 한국은 투자 위험을 부담하면서도 주주로서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을 누리지 못할 수 있어서다. 프로젝트 특수목적법인(SPV)의 지분과 의결권뿐 아니라 수익 배분과 투자금 이자율까지 얽히면서 첫 사업의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미국 소유’ 어디까지…한미 해석 엇갈려

지난해 11월 한미가 체결한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는 전체 사업을 관리하는 ‘투자 SPV’와 발전소·원전 등 개별 사업을 담는 ‘프로젝트 SPV’의 이중 구조를 채택했다. 미국은 우산형 투자 SPV를 설립하고 미국 또는 미국이 지정한 주체가 무한책임사원(GP) 자격으로 이를 관리·지배한다. 한국은 투자 SPV에 직접 자금을 넣거나 국내 금융기관 등이 자금을 공급하도록 한다.

투자 SPV 아래에는 엔시날 발전소와 같은 사업별 프로젝트 SPV가 설치된다. MOU 부속서는 프로젝트 SPV를 “미국이 전적으로 소유하는(wholly-owned by the United States) 별도 특수목적법인”으로 규정한다. 프로젝트 SPV가 발전소 등 해당 사업을 소유하고 여기서 발생한 현금을 투자 SPV로 올려보내는 구조다.

쟁점은 ‘미국이 전적으로 소유한다’는 문구를 실제 사업에 어떻게 적용하느냐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 설립한 현지법인도 미국 소유 주체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미국 정부나 미국 측 기업이 지분을 직접 가져야 하는지가 구체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미 한미경제연구소(KEI)의 닐스 월레슨 오스터버그 연구위원도 26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미국 소유’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이 투자 발표를 늦추는 요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MOU는 투자 프로젝트를 미국이 소유한다고 명시하지만 민간과 공공 가운데 누가 소유하는지, 소유권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한국 기업의 미국 현지법인이 프로젝트를 소유하는 것으로 보는 반면 미국은 정부기관이 투자 자산의 일부를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양측의 시각차가 투자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텍사스 가스복합발전소를 둘러싼 논의에서도 지분 문제가 계속 쟁점이 돼왔다”고 밝혔다.

한국의 미국 현지법인이 프로젝트 SPV 지분을 확보하면 발전소의 주주로서 이사회에 참여하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운영회사 선정과 전력판매계약, 추가 투자, 증설, 차입, 자산 매각 등 주요 결정에도 관여할 수 있다. 발전소 가치가 오르거나 지분을 매각할 때 발생하는 자본이득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미국 정부나 미국 측 기업이 프로젝트 SPV 지분을 모두 보유하면 한국 기업은 발전소의 주인이 되기 어렵다. 건설과 기자재 공급, 위탁운영을 맡아 수수료를 받을 수는 있지만 장기 운영수익과 자산가치 상승분을 직접 누리기는 어렵다. 투자 기간에 일감을 따내는 것과 사업 지분 및 경영권을 갖는 것은 경제적 의미가 다르다.

◇프로젝트별 수익배분·이자율도 이견

수익 배분 방식도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다. MOU는 엔시날 발전소 등 개별 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을 우산형 투자 SPV에 한데 모아 한국의 투자 원금과 이자를 갚도록 했다. 한 사업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다른 사업의 수익으로 메울 수 있게 한 구조다.

하지만 미국 측은 수익을 사업별로 따로 나누는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받아들이면 손실이 난 사업을 다른 우량 사업의 수익으로 보전하기 어려워져 한국의 원금 회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한국은 원리금을 회수할 때까지 수익을 미국과 절반씩 나누고, 회수 이후에는 한국 10%, 미국 90%로 배분한다.

투자금에 적용할 이자율도 조율 중이다. MOU는 미국 국채 20년물 금리에 프로젝트별 가산금리를 더하도록 했지만 구체적인 가산금리 수준은 정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원금과 이자를 보증하는 구조도 아니어서 사업 수익이 부족하면 한국의 원리금 회수가 늦어질 수 있다.

한국은 미국 대통령이 선정한 특정 사업에 자금을 납입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미국이 미납액을 회수할 때까지 한국 몫의 배분금이 줄어들고,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도 인상할 수 있어 실질적인 거부권으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소유권뿐 아니라 수익 배분과 이자율까지 한국의 투자 위험을 얼마나 줄이는 방향으로 정리하느냐가 막판 협상의 관건인 셈이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한국계 현지법인이 프로젝트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한국은 사실상 돈을 대고 공사만 맡는 하도급 사업자로 남을 수 있다”며 “첫 사업에서 소유권과 의결권 기준을 제대로 정하지 못하면 같은 구조가 원전 등 후속 프로젝트에도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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